시는 읽는 시간이나 공간의 영향을 참으로 많이 받는 것 같다. 시를 쓰는 시공간의 영향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를 읽기만 하는 나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읽는 시공간의 영향만을 얘기할 수 밖에.. 이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신문에서 읽은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구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찬사와 혹평이 동시에 나왔었고 황지우라는 시인의 다른 시집(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을 좋은 기분으로 읽었던 적이 있어 구입은 했었지만 시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일찌감치 서가에 꼽혀서 햇빛 구경을 못 시켜 주었었다. 우연히 다시 잡게 된 시집 속에서 발견한 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작지만 큰 눈이었다점점 커가는 아이와의 단절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는 사회 편안하게 그러나 쓸쓸하게 나이들어가는... 먼 눈으로 나이듦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아름다운 나이듦을 예감하며 흐뭇하게 미소지을 줄 아는 아름다운 눈.. 내가 더 나이가 들어 이 시집을 읽을 때는 또 다른 눈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조용히 시집을 서가에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