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 경이로운 생명의 나비효과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로 대중에게 과학을 친근하게 소개해 왔던 저자는 이번에는 세포 하나에서 시작된 지구 생명의 역사를 낱낱히 파헤친다.  단순한 세포 하나가 30억 년의 세월을 통해 끊임 없이 진화해 온 생명의 역사를 ‘공진화‘란 키워드로 정리했다. 책의 앞 부분에서 광합성의 개발, 진핵생물의 탄생, 포식과 피식의 관계를 소개하며 지구 생명의 초기 상태를 보여준다. 이후 생명이 육지로 진출하여 식물과 동물이 출현하고 이들과 관계 맺는 균, 세균들 간의 공진화를 살펴본다.
생명에 관한 기초 지식을 살펴본 후에 저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생태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포식, 피식의 공진화를 설명한다. 나방, 박쥐, 올빼미가 밤하늘을 나는 사례, 개미와 진딧물 등의 다양한 공진화 사례는 굉장히 흥미롭다. 그리고 저자는 지구 역사의 후반부에 출현하는 인간이 지구와 생물권에 미치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지구 전체는 이렇듯 이산화탄소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종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문제를 만든다.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이산화탄소를 캐낸다.˝

석탄과 석유의 형태로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꺼내 태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에너지를 얻어 살아 가고 있다. 저자는 이 화석 연료의 사용이 지구와 생물권의 평형상태를 파괴할 것을 우려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와 생물, 생물 상호간에 이루어져온 공진화의 역사가 불과 200년만에 인간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개입으로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대멸종은 산소 부족에 의해 정점을 찍고 나면, 다시 이전의 상태로 지구 환경을 되돌리는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렇지 않다.˝

생태계 최상의 포식자인 인간은 모든 영역에서 다른 생명체를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이겨버린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의 모든 장소에서 이기고 있으며 패배한 이들을 배제시키고 있음을 걱정한다. 지구의 인구가 늘어날 수록, 인간들이 지금과 같이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록 대멸종의 시간은 빨리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멸종은 전과 달리 다시 이전의 상태로 회복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영원한 멸종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책의 뒷 부분이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긴 하지만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생명체들이 살기위해 환경에 적응해 간다는 사실이었다. 숲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는 식물들이 ‘나 좀 살려줘. 애벌레가 내 잎을 먹고 있으니 빨리 애벌레를 잡아먹어줘!‘하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라는 사실. 초식동물들이 덩치가 커진 이유. 맹수들 중 사자는 무리 생활을 하지만 숲에 사는 호랑이는 독립 생활을 하는 이유. 사람의 몸에서 털이 대부분 없어지고 일부만 남은 이유 등 평소 궁금했던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생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도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다. 그들은 의식도 없고 그 무엇도 없지만 무조건 살아남으려 한다. 그것이 진화의 역사이고 지금 현재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도대체 생명은 무엇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것일까.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것일까. 역시 우주와 생명은 심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