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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열두 달 이야기 ㅣ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9
콜레트 카밀 그림, 세르게이 코즐로프 글, 이경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몇 주 전에, 이 책을 샀는데, 늘 옆에 두고 보았습니다. 참 매혹적인 책입니다. 러시아 작가의 글이라는, 단편적인 사실로도 흥미로웠습니다. 번역된 어린이책의 대부분이 사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과 미국에서 건너온 거니까요. 그런 분위기에서 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묘사력, 더불어 탄탄히 받춰주는 문장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것만일까? 그것이 내 가슴을 아른하게 만들고, 가끔은 팔딱대게 만들었을까? 그래서 전, 몇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문장력이 뛰어나다' - 맞습니다. 아주 서정적이고, 서사적이며, 탄탄한 문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2. '러시아의 계절과 정서를 잘 담고 있다' - 러시아의 계절, 우리 보다 더 추운 곳, 그렇지만 작가는 그 러시아의 느낌은 차갑게만 담지는 않았습니다. 그 추위와 더불어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울,봄, 여름, 가을을 진짜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3. 상상력이 뛰어나다. - 그래요. 고슴도치가 바이올린을 켜고, 귀뚜라미랑, 개미랑, 모기가 모여앉아 그 연주를 듣고, 또 별을 닦아야 반짝반짝 빛나고.. 작가의 상상력은 허를 찌를 정도로 기발하고, 뛰어납니다. 정말 기막힌 상상력이지요.
이런 몇가지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을까? 저는 몇주 동안, 뇌의 한 부분에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물음표를 찍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둘째 아이한테 이 이야기를(물론,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 책만 읽어달라고 졸라대는데..) 읽어주면서, 나중엔 나 혼자 읽어보면서, 아주 중요한 한가지를 느꼈습니다.
<고슴도치의 열두달이야기>에 나온 주인공들, 그러니까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고슴도치, 그리고 고슴도치의 친구들(아기곰, 나귀, 다람쥐, 산토끼, 늑대...)은, 내가 사랑하고, 우리가 사랑하고, 자연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였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다람쥐 아가씨를 위해 왼종일 바이올린을 켜는 고슴도치, 고슴도치를 위해 내내 기다리는 산토끼 친구들, 여름을 붙잡아 주기 위해 가을 사로잡기에 나서는 숲속 친구들, 여름밤 별이 잘 빛나도록 먼지를 털어주는 고슴도치와 아기곰, 크리스마스 트리가 될 전나무가 없어서 기꺼이 트리가 되는 고슴도치..
숲속 친구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의 삶과 행동입니다. 자유로움과 상상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이들 말이에요. 그 자유로움은 무엇에도 억눌리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으며, 그러면서 나름대로 규칙을 만드는 모습이죠.
1월부터 12월까지 담고있는 러시아의 정서는 그림을 통해, 느낌으로 다가왔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에 비해서 그림은 조금 평면적이니까요. 이런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고, 내가 느낀 감동을 그들도 모두 느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늘 곁에두고 싶은 책이라고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