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잠, 긴 잠.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잠. 마치 여행과도 같은 잠. 꿈을 통과하는, 기억을 통과하는, 그 자신을 통과하는.

고요한 방, 열린 발코니 문 너머로 들리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오후가 저녁이 되고 저녁이 밤이 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리듬."

 

끔찍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소년 윌, 그리고 그에게 나타나는 핏빛 환영.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의 소녀와 다섯 개의 얼굴 없는 검은 그림자. 윌은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윌은 아름다운 해안 마을 헤이븐스마우스에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아무도 환영을 보는 소년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미친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부모조차도 그를 믿지 않고

그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여자아이 베스와 해안가를 떠도는 떠돌이 크로와 아이 먹..

환영 같은 소녀가 그에게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팀 보울러의 작품. 사실 팀 보울러라는 작가가 주는 작품의 신뢰성과 메리트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읽었는데

조금 실망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전의 팀 보울러가 현실 속에 환상을 녹여 내어 공감을 일으켰다면

이번 블러드 차일드는 마치 환상문학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야기가 겉돌고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기본 중심라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소년이 보는 환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야기는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독자에게 어떤 것을 느낄수 있게 혹은 생각할 수 있게 화두를 던지는 것인지 중반 이후까지도 알기가 어렵다

그냥 환상적이고 이질적인 그 풍경 속에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과 그 소년이 꾸는 환상같은 꿈이 계속 일렁여서

보는 사람도 그 일렁이는 환상에 동참한 듯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썩 좋지 않은 핏빛 그림자의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는 이해가 되었지만 썩 깔끔한 마무리의 느낌은 아니어서(사건 자체가)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다.

환상적이고 영적인 것을 쫓다가 작품이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섭고 으스스하고 질척거리는 느낌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다 보니 읽고 나서도 기분이 영 아니고 찝찝하다..

 

세상은 얼마나.. 잔인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던 작품.

오히려 이건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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