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주변의 아이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어요. 남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
사람의 마음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남보다 많은 장소를 알고 있다. 그런 점을 늘 의식하면서 어린아이들 세계에서 몸이 작은 어른인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애쓰며 살았지요".........................p.77

"나는 엄마의 그 부드러운 말에 점점 더 흑흑 소리를 내며 울었어요,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뭔가 따스한 것이 스미는 것을 느꼈지요. 그때서야 나는 자신이야말로 텅 빈 뱃속으로 끝없이 울어댔던 매미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이 공허를 메우기 위해 운다는 것을 안 나는 그저 서럽고 애달팠어요."........................p.73

"나는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다만, 이런 남자가 좋다고 생각했지요. 매일 이렇게 푸근한 짚단에 기대어 저녁 햇살을 받으며 멍하니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요.".......................................p.93

"운명은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방향을 틀 수 있어."

 
마음을 읽어주는 책.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속에는 여덟명의 소녀들의 각각의 이야기가 단편처럼 담겨있다.

모든 것을 운명이라 믿고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던 소녀의 삶의 발견.
눈이 인상적인 인생에서 처음 만난 예의바른 사람을 통해 아프게 느낀 삶의 무게.
고독하고 길었던, 엄마가 없던 그 여름. 텅 빈 매미의 뱃속을 알고 느낀 삶의 서글픔.
오랫동안 자주 다닌 전학으로 항상 자신을 포장했던 한 소녀가 처음 느낀 진솔함.
처음으로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한 소녀와 아름다움을 잃는 슬픔.
친구에게 새로운 동생이 생기면서 깨닫게 된 가족의 의미.
불꽃처럼 사라질 멋진 순간, 맺어짐 이라는 걸 알게 되는 한 여자.
우연히 개에게서 물린 후 자신의 만년을 살았던 열 살 소녀의 이야기. 

이 여덞명의 여자아이이자 소녀이자 여고생이자 여성들은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그것을 계기로 삶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다. 일종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되는 셈이라고 해야겠다. 운명은 개척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는 소녀,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배운 여고생. 그동안 너무도 노력해왔던 소녀에게 주어진 마음의 진실한 위로, 불꽃놀이날의 폭죽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진동소리 같은 떨림으로 찾아온 생의 깨달음. 그들의 삶이 지금까지와 달라질 거라는 건 분명하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일 것이다.

평소의 야마다 에이미보다도 훨씬 더 가뿐해졌지만 그 안에 깊이를 담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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