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샨 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작가, 주목해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샨사가 쓴 "바둑두는 여자"를 처음 읽고 나서였다.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야 경요의 로맨스 소설이나.. 나관중의 삼국지, 아니면 김용이 쓴 영웅문, 녹정기 등 밖에 접해보지 못해서.. 현대중국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사실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바둑두는 여자를 읽으면서 중국을 정확한 필력으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샨사는 중국에 사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 살고 있다. 불어로 중국의 감성을 표현해 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그녀는 프랑스에서 거의 모든 생을 보낸 중국인이지만 어떤 누구보다 중국인의 정신과 그 감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책은 마치 광주의 5월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면으로부터 출발한다.
광주에서 5.18이 일어나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국에서 일어났던 천안문 사태는 우리의 5.18과 묘하게 닮아있다. 옳은 것을 권력으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독재자에 대한 민중의, 학생의, 시민들의 자발적인 항거. 그처럼 우리와 닮아있기에 천안문사태를 표현한 이 책은..쉽게만 읽고 넘어갈 수 없는 매력을 지닌다.

정부측과 대화하던 학생대표로서 사실상 소요사태를 적극 주도했던 아야메.
그녀는 화염병과 경찰봉이 난무하는 천안문에서 시위의 한복판에 있다가 오랫만에 만난 고향친구의 권유로 몸을 피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자신이 주도한 책임에 천안문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만류하는 친구. 결국 죽음으로 그녀를 지켜낸 친구의 주검 앞에서 아야메는 지나가던 트럭운전사 왕을 만난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야메를 왕은 만류하고 아야메의 집 앞에 새까맣게 깔린 공안들의 추적을 피해 그녀를 자기 집에 숨겨준다. 하지만 왕이 왠 여자를 데리고 오 는 것을 본 옆집 이웃이 공안에 신고하고 아야메는 왕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바닷가 먼 곳으로 숨어들게 된다.

학생대표이며 천안문 사태의 주동자인 아야메를 찾아내는 임무를 부여받은 자오 중위.
그는 어린 나이에 군인이 되어 빠른 시간에 중위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어린시절을 반납하고 군인으로서의 삶만 살아왔던 그에게 명령은 곧 생명이다. 그런 자오 중위가 아야메를 찾기 위해 아야메의 집을 수색하면서 그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녀의 일기장을 읽으며 자오 중위는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들이 느껴짐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명령은 곧 삶이고 생명이기에 자오중위는 명령 때문에 그리고 묘한 호기심 때문에 아야메를 계속 추적하는데..

책 후기에 있는 역자의 말을 빌어.. 노자의 꿈을 생각해 본다.
노자가 나비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노자가 꾸는 나비의 꿈인가 아니면 나비가 꾸는 노자의 꿈인가..분간이 안갔다는 것처럼..
아야메가 꾸는 자오의 꿈인지.. 자오가 꾸는 아야메의 꿈인지 알 수 없는 결말이..
이 책을 더욱 더 흥미롭게 한다.

계속 해서 흥미롭게 읽게 되는 그녀의 작품들..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 "음모자들" 그리고 이 "천안문"까지.. 특별한 중국작가. 프랑스에 사는 중국인 여류작가.. 그녀의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를 떨리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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