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전상현.박상미.양인화 지음 / 길벗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싱가포르를 생각하면 중딩 때 라디오에서 들었던 'fine city' 이야기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싱가포르 여행 에피소드를 설명하면서 나온 단어였는데, '깨끗하다'는 싱가포르의 첫인상 이면에는 엄격한 규제에 따른 엄청난 '벌금' 부과가 버티고 있다며 이때 fine city에서의 'fine'은 '좋다'과 '벌금'의 중의적 표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길거리에 껌을 뱉거나 침을 뱉는 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만연했던 일이라 벌금이 무지막지하게 나온다는 말도 놀라웠지만, 막 영어를 배우며 접했던 친숙한 단어 fine이 벌금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기에 fine city는 싱가포르와 한 세트로 묶여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건너건너로만 들었던 싱가포르였기에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국가정보나 역사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처럼 전쟁 후 엄청난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부를 일구었는데, 이책에 나와있는 국가 정보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 2위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25위라니 실로 엄청난 순위다.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1위도 지키고 있지만(서울은 9위), fine city의 명성에 걸맞게 국가청렴도 7위이자 아시아 1위라는 자랑스런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는 점은 부러웠다. 한국은 43위라니 너무 비교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김영란법이 시행됐으니 청렴도가 좀 올라가려나 기대해본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싱가포르의 역사도 참 굴곡이 많았다. 100년에 한번씩 주인이 바뀔 정도로 외세에 많이 시달렸는데, 포르투갈, 네덜란드, 대영제국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일본에게, 종전 후에는 다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국민투표로 다시 2년간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다가 1965년에서야 비로소 분리 독립에 성공했다. 이런 녹록잖은 역사 속에서도 작은 도시국가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냈으니 정말 대단한 나라다.

작지만 강한 도시국가 싱가포르 여행책을 찾다가 입소문 좋은 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를 골랐다. 길벗출판사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게 컴퓨터 책과 DSLR책이었는데 지금은 컴퓨터 실용 분야에서 외국어나 여행으로도 영역을 넓혔나 보다. 이책 덕분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가이드북 시리즈가 나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옛날 컴퓨터책부터 오래 봐왔던 시리즈라서 더 반가웠다.

여행가이드북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형식인데 무작정 따라하기는 스케일부터 다르다. 컴퓨터책 같은 커다란 사이즈에 놀라고, 여행 전과 여행 중에 보는 책을 구별해 미리보는 테마북과 가서 보는 코스북 2권으로 분권이 가능한 획기적인 편집에 한번 더 놀란다. 그 큰 책속에 빈틈없이 수록한 방대한 정보의 양과 잘 정리된 편집에 감탄한다. 싱가포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 한 권이면 걱정 끝 설렘 시작이다.












싱가포르에 소개된 유명관광지 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슈퍼트리가 촘촘히 서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였다. 16층 건물 높이와도 맞먹는 20-25m 높이의 슈퍼트리 군락이 있다는 이곳은 2012년 공개 후 단박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는데 사진만으로도 그 이유를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슈퍼트리는 태양광전지와 저류시설을 설치해 태양열 에너지를 비축하고 바다로 자연 유실되던 빗물도 모을 수 있는 기능도 갖춘 최첨단-친환경적 시설이다. 여기서 모은 전기와 물은 주변 온실과 매일 밤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가든 랩소디 쇼에 사용된다고 한다. 여행지의 유명관광지를 꼭 찾아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싱가포르를 간다면 슈퍼트리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싱가포르에서 구미가 당기는 또다른 곳은 많은 영화속 장면과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였다. 시간과 체력과 자금만 받쳐준다면 가보고 싶은 곳인데, 솔직히 너무 비싸서 망설여지긴 한다. 그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곳이 레고랜드인데, 레고를 좋아하는 아들래미에겐 그곳이 천국이지 싶다. 가족여행을 한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다. 내 취향은 아들과 반대로 싱가포르보다 오래되었다는 자연공원인 보타닉 가든에서 특색있는 정원들을 느긋하게 둘러보며 산책하는 것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의 추천 여행지 중에서는 부킷티마의 정글트레킹은 둘째 녀석이 좋아할 만한 장소다.

음식섹션에는 싱가포르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꽂힌 건 싱가포르 칠리크랩이었다. 매콤달콤한 칠리소스가 깊숙이 스며든 크랩 살 한 점과 순식간에 볶아낸 볶음밥 한 입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는 설명을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하는 면요리나 중국 대만 여행에서 흔히 만날 수 있던 딤섬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 웬 딤섬인가 했더니 전체인구에서 77%가 중국 화교라니 중국요리문화가 발달한 게 이해가 된다.

쇼핑 섹션에는 백화점 쇼핑몰 마니아 아이템 슈퍼마켓 서점문구완구 라이프스타일숍 선물기념품 슈즈 등 항목별로 자세하게 실려있다. 체험여행 섹션에서는 열대야를 시원하게 적셔준다는 라이브 뮤직바나 신나는 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클럽 등이 눈에 들어왔지만 애들 떼어놓고 신랑과 둘이 다녀오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대신 평소 말로만 듣기만 했던 헤나 문신을 여행자의 일탈을 핑계삼아 직접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코스북에서는 싱가포르의 여행 지역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쇼핑으로 별점으로 평점을 달아놨는데, 그 지역의 분위기나 성향을 한눈에 알 수 있어서 유용했다. 싱가포르를 처음 찾는다면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거쳐 숙소에 도착하는 첫 여정이 가장 긴장되기 마련인데, 그런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입국 후 과정과 공항에서 출발해 시내로 나갈 때와 귀국을 위해 다시 공항으로 돌아갈 때의 방법과 교통편 정보를 너무나도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여행울렁증마저 없애버리는 꼼꼼한 설명에 감탄할 정도였다. 여행 전에 잘 읽어보고 익혀서 가야겠다.

테마북이 출발전에 꼼꼼한 여행계획을 위한 책이라면 코스북은 여행지에 가지고 다니면서 자주자주 펼쳐보는 책이다. 코스북에는 일정이나 구성원, 취향에 맞춘 테마에 따라 다양한 코스들을 추천되어 있어 여행코스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기본 3박 5일으로 시작해 초단기 2박 3일까지 일정별로, 커플, 친구, 가족 등 구성원에 따라, 쇼핑 식도락 짠돌이 럭셔리 여행까지 테마별로 다양한 코스들을 추천하고 있어 여행코스에 대한 고민 끝! 자신이 준비하는 여행과 잘 맞는 걸로 고르면 된다. 우리는 씩씩한 아들 둘이 있는 가족이니 가족여행에 식도락 체험 여행을 잘 섞어서 계획을 짜려고 한다.

추천 여행지에는 추천 지역별로 인증샷 코스, 나이트라이프 코스, 박물관 코스 등 추천코스별 스팟 동선을 지도에 표시해 같이 보여준다. 이동거리와 소요시간도 세세하게 분단위로 기록해 놓았다. 낯선 지역에서는 교통편 정보가 가장 필요한데 정말 상세한 설명이 있어 든든하다. 지역별로 추천여행지와 먹거리 즐길거리 쇼핑거리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잘 고르기만 하면 된다. 여행준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긴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니면 되는 패키지 여행이라면 굳이 여행책이 따로 필요치 않겠지만 직접 손품발품을 파는 자유여행을 준비한다면 여행할 곳에 대한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는 가이드북은 필수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막연했던 싱가포르 여행계획이 이책 덕분에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테마북과 코스북을 번갈아보면서 여행의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 나가다 보니 막연했던 여행 그림이 완성되고 있어 뿌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며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을 추천하기도 한다. 조금만 더 채워가면 곧 아주 멋진 자유여행 계획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는 훈훈한 입소문만큼이나 속이 꽉찬 정보와 시원한 편집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최신 개정판이 아닌 2015년판이라는 점이 좀 아쉽지만 다른 여행지 책들의 개정판이 쏙쏙 나오는 걸로 보아 이책도 곧 개정판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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