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 ㅣ 친절한 DIY 교과서 27
이영란 지음 / 터닝포인트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부터 우리집 한구석을 자리잡고 있던 재봉틀은 엄마의 보물이었다. 뜯어진 옷이나 크기가 안 맞는 이불 등은 엄마의 재봉틀을 거치면 감쪽같이 제모습을 찾곤 했다. 엄마의 재봉틀은 오르간처럼 발로 조절하던 구식이었는데, 어릴 때는 거기에 앉아 무언가를 고치고 만드는 엄마의 모습이 참 근사해 보였었다. 지금은 엄마의 솜씨가 아주 뛰어나신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적어도 자신이 생각한 무엇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봉틀을 조련하는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멋져보인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홈소잉에 관심이 많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서 홈소잉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졌다. 얼마전부터 홈소잉에 빠져 딸래미 옷도 직접 만들고 자기 옷도 가끔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친구에게 어떻게 시작했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책을 보고 독학을 했단다. 그러면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홈소잉 책이 많이 나와있으니 잘 찾아보고 한두 권 구입해서 따라해보라고 권했다. 경험자의 조언을 받들어 관련책들을 찾아보다가 제목에서부터 '친절'과 '여자아이 옷'을 내세우는 이책 제목에 바로 주문했다. 사은품으로 스카프빔 키트도 따라오니 일석이조다. ㅋ


제목처럼 이책의 '친절함'은 초반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파트1 홈소잉 시작하기는 재단도구 봉제도구 부자재와 부자재용도구 원단 바늘 실 실색상 고르기 등 소잉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컴바인 금속자동기구 같은 장식 부자재 사용법, 재단에 사용되는 부위별 명칭과 기호 재단방향 실물본 등 재단 및 실물본 사용하기, 가정용 재봉틀과 오버로크 재봉틀의 명칭 및 기본사용법 등 재봉틀 다루기, 그리고 바이어스와 주름잡기 등 작품을 만들 때 필요한 기법 등이 수록되어 있다. 각 파트마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놓아 홈소잉을 막 시작하는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물론 홈소잉은 실전이 중요하지만 모든 배움에는 기본적인 이론을 잘 익혀두어 손해볼 일은 없으니까.

파트1의 홈소잉에 대한 기본이론 강의가 끝나면 본격적인 실전의 세계가 펼쳐진다. 파트2에서는 아이소품이, 파트3,4에서는 이책의 제목처럼 여자아이옷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제목이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여서 '여자아이 옷'에 대한 내용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1/3 정도가 소품류라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조금 의아하긴 했다. 하지만 소개된 옷의 종류가 조금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고래인형이나 기저귀 가방 같은 귀염귀염한 소품들이나 수면조끼 같은 것들도 이책에서 함께 만날 수 있어 의외의 즐거움도 있었다.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각 작품별 난이도와 사이즈별 S,M,L의 상세치수도 같이 기재되어 있다. 준비물과 재단하는 법을 시작으로 칼라, 목둘레 안단, 뒤판, 앞판, 뒤판과 앞판 연결하기, 리본 만들기, 목둘레 암홀 옆선 완성하기, 어깨 프릴달기 등 각각의 단계를 나눠 과정샷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작은 것들이라도 놓치지 않는 친절한 설명이 절실한데 이책은 바로 그런 점을 잘 채워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가 5년을 준비해 내놓은 책이라는 책설명이 무색하지 않은 부분이다.

파트4의 응용 작품 갤러리에 실린 아이옷들은 앞서 파트2의 소품과 파트3의 옷에서 기본을 충분히 닦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런지 앞선 부분들과 달리 과정샷은 따로 없고 그림으로 비교적 간략한 설명이 실려 있다. 앞에서 다룬 부분에 대해서는 참고 표시로 그 부분을 알려줌으로 중복을 피한 듯하다. 착실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응용 작품에도 도전해 볼 날을 기대해 본다. 아마 곧.. 오겠..지..? ㅋ

책의 맨 마지막에는 이책에서 소개하는 옷과 소품에 대한 전 작품 실물본 패턴이 실려 있다. 그것도 사이즈별로! 책에 실린 작품 중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재단할 때 뒷면의 실물본을 이용하면 된다. 친절한 DIY책 맞습니다요~ ㅎㅎ

책을 보며 화려한 소품이나 옷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실력이 미흡한지라 ㅜㅜ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 책과 함께 도착한 사은품인 스카프빔 키트를 꺼내들었다.
요건 아주 간단해 보여서 나같은 초초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을 듯해 도전! ㅋ

책에도 소품 파트에 스카프빔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펼쳐보니 오잉~ 책에 수록된 작품과 같은 원단이 아닌가! 별 거 아니지만 괜히 더 신나짐 ㅋㅋ

키트를 꺼내보니 재단된 스카프빔 겉감과 안감, 그리고 똑딱이단추가 나왔다.
책에 나와있는 스카프빔의 준비물 중 의류용 실크심지는 없고, T단추 대신 똑딱이단추가 들어 있었다.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표 스카프빔 완성을 위해 엄마집 재봉틀로 원정을 갔다. 재봉틀이 없어도 이 정도는 손바느질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재봉틀의 일정하고 반듯한 바느질을 원했기에 기꺼이 엄마집 방문을 감행했다. 이참에 재봉틀 장만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듯; ㅜㅜ
어쨌든 정스러운 분홍색 초크로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반듯반듯하게 박음질을 했다. 모서리 부분은 라운드처리를 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예쁘게 라인이 나오질 않아 잠시 좌절했지만 잘 뒤집으면 된다는 엄마의 격려에 다시 파워업! 세 모서리 시접은 모두 적당량만 남기고 잘라내야 뒤집었을 때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는 점! 박음질이 완성되면 뒤집으면 된다. 이때 다리미로 시접 부분을 먼저 접어서 다려주면 뒤집었을 때 라인이 잘 살아난다. 뒤집은 다음에는 창구멍을 공그르기 해주고 단추를 달아주면 된다.

그렇게 완성한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 사은품 키트 '스카프빔' 완성! :D
사실 양끝에 똑딱이 단추까지 달아줘야 완성인데, 오랫만의 재봉질에 신나서 덜렁대다 키트에 들어있던 똑딱이 단추가 실종되는 바람에 미완성인 채로 스카프빔을 마무리지어야 했다. ㅜㅜ 조만간 소잉샵에 가서 책에 실린 작품처럼 T단추를 사서 달아볼까 한다. 아무래도 똑딱이단추보단 더 튼튼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전화위복을 기대하고 있다.

홈소잉에 관심은 있지만 아는 것은 없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는 책제목처럼 친절한 홈소잉 안내서다. 꼼꼼하고 자세하게 홈소잉의 기본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라 좋았다. 제목과는 조금 달리 여자아이 옷만으로 채워져 있진 않지만, 생각지 않았던 소품들도 같이 접할 수 있어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난이도의 작품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어 난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책 한권으로 다양한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고 또한 어려운 작품들을 보면서 도전의욕을 불태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본격적인 홈소잉을 위해서는 갖춰야 할 도구들도 많고 연마해야 할 테크닉과 팁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그런 내게 이책이 친절한 길잡이이자 안내서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