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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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부터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까지 좋아하는 팬인 나.

신간인 영원한 외출이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구입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책을 구입하기 전부터 제목부터 남다르구나 싶었다. ‘영원한 외출이라는 말의 이중적 의미. ‘외출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집이나 근무지 따위에서 벗어나 잠시 밖으로 나감. ’이다. 그런데 영원히 외출을 하다니! ‘죽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먹먹했다. 나에게 있어 현재 죽음이라는 것은 외면하고 싶고,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는 제목에서부터 이런 포인트를 주다니 역시 마스다 미리 답다.

 

 책의 시작은 삼촌이라는 소제목의 에세이로 시작 된다.노환이 온 삼촌의 병문안으로 시작 된다.작가가 느낀 삼촌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과 추억들이 소소하게 문장으로 써져 있었다. 삼촌과의 마지막 만남이 된 날, 말 실수를 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부분들까지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삼촌이 자신의 에세이를 보는지를 돌아가신 뒤에야 알고서, 삼촌과의 추억을 쓰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부분은 애잔했다.

 

이제야 후회해봐야 소용없는데,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촌이 돌아가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다 미리의 아버지가 암으로 아프기 시작하셨다는 글이 뒤를 잇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만큼 충격이 크다는 것을 나도 겪어 보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더욱 컸다. 마스다 미리의 경우에는 아버지였지만, 나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나와 동생들을 곧잘 봐주시던 외할머니의 죽음이 떠올랐다.

마스다 미리는 아버지의 노환이 시작된 후 자주 찾아 뵙고, 아버지의 일생에 대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런 마음이 참 예쁘고, 슬펐다. 아버지도 아버지가 아닌 어린 시절의 ’, 청년 시절의 가 있었는데 어느새 아픈 자신의 상황에서 가족들과 삶과의 이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작가도 그런 현실에서 누구보다도 힘들었겠지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그 순간들을 이렇게 에세이로 기록했다는 것이 아버지의 영원한 외출에 커다란 선물을 드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 아름다운 저녁놀을 읽으면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떠올랐다.아프시기 시작하고 나서도 마음이 심란하지만, 건강상태가 악화 되어서 어서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는 그 순간은 마음에 큰 바위가 쿵하고 떨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그런 부분을 나 또한 읽으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병원에서 상태가 악화 되었다고 전화가 와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찰나에 임종 전화를 받았다. 세상의 시간은 모두 돌아가는데, 내 머릿속의 핀은 하나가 나간 듯 머리가 얼얼했다. 엄마는 오열을 하시고, 아버지는 엄마를 다독이고,나와 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 눈 앞을 가린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타인들은 아무런 변화 없이 웃고,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구나장례식장 가는 차 안에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생각했다. 장례식장에 있는 가족들과 친지들만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스다 미리가 아버지 건강 위독 전화를 받고, 원래 예정된 업무 미팅 이후에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에 갈 생각을 하는 문장을 읽었다. ‘어서 달려가서 신칸센을 타요!’하고 내 마음은 외치고 있었다.미팅 시간 전까지 에세이 작업을 하다가 마스다 미리는 아버지의 부음을 받는 것을 보고 나도 마음이 쿵.

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커졌을 때에는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구름이 끼어서 신칸센에서 후지산은 보지 못했다. 대신, 오렌지색 아름다운 저녁놀이 펼쳐졌다.

창에 이마를 대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쁜 저녁놀도 아버지는 이제 보지 못한다.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늙는 다는 것이 요즘따라 현실적으로 와닿는다.어릴 때엔 몰랐지만, 30대에 접어들고 나니 주위의 누군가가 하루 아침에 생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믿기지 않는다. 재작년에 있었던 일도 떠올랐다. 아버지의 10년 단골 이발소 아저씨는 일이 없을 때는 가게 앞에 나오셔서, 항상 담배를 피며 먼산을 바라보곤 계셨다. 무뚝뚝한 표정과 달리 젠틀한 아저씨. 나는 늘 큰소리를 내면서 꾸벅 인사를 했던 것 같다.아저씨가 귀가 어두우셔서 크게 인사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지나쳤는데, 그 다음날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믿기지 않는 그 기분.그 이후로 아버지는 단골 가게와 전문 이발사 아저씨를 잃으셔서 한동안 이곳저곳 미용실을 전전하셨다.

  얼마 전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영원한 외출을 막 다 읽고, 내 개인 SNS에 리뷰를 올리고 내 마음 속에서 책을 정리한 뒤였을까. 부모님 가게의 건물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분명 며칠 전에 등산을 다녀오시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일이라지만, 참 허망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싶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내 생활에 칼날이 스친 것 마냥 스쳐 지나가 마음이 쓰라린다.

 

 읽는 내내 마스다 미리의 시선을 따라 다녔다. 마음 또한 작가의 마음의 깃을 잡고 따라다녔다. 슬프면서도, 마스다 미리는 담담하게 에세이까지 잘 쓰는건지 질투가 났다(!;;).

누군가의 죽음과 그 죽음을 직면하게 된 가족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놓아서 읽고 나서도 답답한 마음 없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대신 내 마음의 슬픔 버튼은 마스다 미리가 켜놓고 갔다. 읽으면서 외할머니가 너무나 생각났다. 미안하고, 보고 싶고, 그립다.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 - P7

이제야 후회해봐야 소용없는데,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1

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커졌을 때에는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구름이 끼어서 신칸센에서 후지산은 보지 못했다. 대신, 오렌지색 아름다운 저녁놀이 펼쳐졌다.

창에 이마를 대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쁜 저녁놀도 아버지는 이제 보지 못한다.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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