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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김안젤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나는 프로아나라는 단어를 책을 통해 처음 들었고, 그 때문에 서문에서부터 충격에 빠졌다. ‘프로아나’는 거식증을 지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작가님이 책에 쓰셨듯이 나 역시 ‘거식증을 지지한다고? 정확히 이해한 것이 맞나?’라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 내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거식증’에 대한 생리학적 지식을 주로 다루었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뉴스나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흐릿한 지식만이 잔재해있었다.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를 읽으며 섭식장애 환자가 된 원인, 환자가 겪게 되는 고통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 꾸밈없이 드러나 있어 충격의 연속이었다. 꾸밈을 강요하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한국의 많은 여성이 마른 몸을 동경하며 ‘프로아나’의 위험에 늘 한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 명확히 이해되어 더욱 마음이 울렸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프로아나에서 자유로운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강박적으로 마른 몸을 원하지는 않지만, 10대부터 마음 한구석에 날씬한 몸에 대한 동경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을 보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운 순간조차 살이 찔까 걱정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님은 섭식장애의 원인을 마른 몸에 대한 열망, 가정환경, 예민한 성격, 데이트 폭력,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꼽고 있는데 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무작정 마른 몸보다 근육이 있는 건강한 몸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으니 느리지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싶다고 믿고 싶다. 더불어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용기를 가지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섭식장애도 외모가 곧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생긴 질병은 아닐까? 이를 개인의 문제 혹은 의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 P55
다이어트는 자기관리가 아니다. 날씬한 몸매는 건강함의 상징이 아니고 자기관리의 결과도 아니다. 우리가 진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정신과 신체의 균형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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