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평이한 대화체 형식으로 끝까지 이어지는데 아멜리노통의 성격이 고대로 드러납니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 들어있어 여운도 많이 남는 책이구요.
사랑의 감정을 관리하지 않았다고 루저취급을 하는 부분은 꽤나 사람 묘하게 만듭니다. 셀시우스는 얄밉지만 한편, 바른 말만 콕콕 찝어주지요. 그런 말 해주는 사람 만나기란, 저기 휘익- 하고 날아가는 새가 고개돌려 지상의 사람과 윙크를 주고받을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노통과 노통 안의 자아(셀시우스)가 풀어가는 이야기 [노통, 나는 알고 있습니다. 셀시우스는 당신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최고예요!!

특히 맘에 들었던 장면들[page]
25
-내 생각이 옳았습니다. 당신은 엘리트를 뽑는 세가지 주요시험에 떨어질겁니다. 특히 성격시험에는 결코 합격하지 못할겁니다.
-전 제멋에 살아요.
-낙오자들의 전형적인 반응이로군요.

26
-설마! 내가 무슨힘이 있다고 그러세요? 난 아무 힘 없는 불쌍한 낙오자라고요. 당신같이 막강한 사람을 내가 무슨 힘으로 곤란하게 하겠어요?
-낙오자들은 어쩌면 가장 해로운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폼페이를 잊으신 것 같습니다만.

45
-잘 생각해보세요. 선은 그 어떤 물질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않아요, 선행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선행만큼 빨리 잊혀지는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만큼 시야에서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진정한 선은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드러내면 그건 이미 선이 아닙니다. 선전이 되는 거죠. 반면 미는 언제나 오래 지속 될 수 있습니다. 미는 그 자신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미 자체도 그렇고 미에 봉사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미와 선은 서로 반대되는 법칙에 따릅니다. 미는 미에 대해서 말하면 말할수록 그만큼 더 아름답고 선은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선하지 않다는 법칙입니다. 결국 선에 헌신하는 사람은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악은요?
-아, 악은 안그렇죠. 악은 여전히 미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악에 온 정신을 쏟았던 사람들은 가장 좋은 투자를 한 셈입니다. 당신 시대의 자선가들은 오래 전에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스탈린과 무솔리니 같은 이름은 우리 시대에도 익숙합니다.

92
-사랑은 선택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겠다고 미리 결정하지는 않아요. 그냥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거죠. 당신 말처럼 그건 별로 이득 없는 형편없는 투자에요. 그러나 원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이 그렇게 된 것은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햇기 때문아닙니까?
-무슨말이죠? 내 사랑 얘긴가요, 아니면 내가 26세기로 온 걸 말하는 건가요?
-둘 답니다. 자신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발언도 하지 않았겠죠

124
-낙오자 라는 게 있습니다. 100~120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엘리트에 속하기에는 머리가 따라 주지 못하고 모자란 사람이 되기에는 또 넘치는 부류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의 중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느 부류에 집어넣어야 할지 우리도 잘 모릅니다. 그 사람들은 복종 능력도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예술 방면으로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럼 작가는 어느 부류에 넣죠?
-문학에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각 계층마다 자기에게 맞는 문학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멍텅구리 독자층에게 말을 거는 멍텅구리 작가가 있고, 80~100 작가는 80~100독자에게, 낙오자 작가는 낙오자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다른 계층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문학은 매우 유용합니다. 문학은 지적인 능력이 다른 사람들의 기질을 알수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