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약자탐구생활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인아책방 대표님 소개로 읽게 된 소설. 예쁜 표지에 반하기도 했지만, 성큼 페이지를 넘기진 못했다. 소설보다 논픽션이 더 유용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논픽션에서 얻는 정보, 노하우 못지않게 사람에 대한 이해,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되어 보는 데에 소설 만큼 좋은 매개체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이 소설은 타 소설과 달리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이 잘되어서 좋았고 나와 동년배 혹은 사회생활을 앞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잘 살겠습니다>를 통해 선의의 이름으로 민폐 끼치는 동료를 보며 드는 불편 미묘한 마음.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불합리한 처우에 적응해야 하는 거북이알 님의 정신승리.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에서 시커먼 속내가 드러난 주인공의 심리묘사. <다소 낮음>에서 시대의 흐름에 저효율로 부적응 하는 주인공의 모습. <도움의 손길>에서 알게 되는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에서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 <새벽의 방문자들>의 허를 찌르는 초인종 소리. <탐페레 공항>의 주인공이 꿈과 현실에서 좌절하지만, 다시금 위안을 찾아가는 움직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거나 내가 되기도 할 인물들을 보며 과거의 경험을 복기해보거나, 앞으로 맞을 일을 예습해볼 좋은 예시가 아닐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은 발견하게 되는 것이 좋은 책이라면 이 소설은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있다. 10년 전 신입사원일 때 읽었다면, 그리고 10년 차 직장인인 지금 읽었을 때, 앞으로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읽게 된다면 분명 예전에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