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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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읽었다.

읽으면서 고생을 쫌 했는데,

그것이 괴테가 나랑 맞지 않은 건지,

번역이 걸리적거렸는지,

책 자체가 어렵고 힘든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읽기도 전에 포기할 뻔 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좋은 작품을 그렇게 놓쳤겠다 생각하니 아찔하다.


소설인데 붙임딱지와 색연필 모두를 이용해서 읽었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치부했던 그들을 믿지 마시라.  


 

베르테르는 부를 축적한 시민 계급 출신이다.

사회적으로 대접은 받지만 영주와 귀족이 엄연히 존재하던 시절이라 신분의 차별을 은근히 느껴야 했다.

자신을 아끼던 백작의 집에서 식사를 하던 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에 그냥 그렇게 있었는데 그것이 귀족들의 파티였던 것.

사람들의 어색함과 흘끔거림을 느끼던 때, 백작에게 떠나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젊은이.

백작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동네에 퍼져 동정의 대상이 되고 만다.


서민 동네에서도 쉽게 섞일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곳의 활기찬 모습을 좋아하는 베르테르는 자주 그곳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동전을 주곤 한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베르테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랑의 대상 - 로테의 동생들과 뒹굴며 놀 정도로 아이들을 아낀다. 

시간과 경제력을 적당히 사용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여기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키운 양배추를 식탁에 올리는 기쁨을 아는 청년.

자신의 열정과 욕구로 일해야 한다는 직업관까지 정확히 가진 그는

기성세대로부터 "요새 젊은 것들" 이라는 손가락질 받기 딱 좋은 캐릭터였다.

로테 곁을 떠나 일하게 된 곳에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상사와 끊임없이 부딪치다 끝내 그만두고 만다.


다시 돌아온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은 커져만 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알베르트가 로테의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셋의 균형은 깨진다.


천성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

사려깊고 주관이 뚜렷했던 사람.

청년다운 진보정신. 열정과 패기가 있었으나

사회, 정치가 아닌 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뻗어나간 사람.


서로 사랑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러나 사회가 정한 규범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더 잘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면서 열정이 넘친 청년은 스스로에게 총을 겨누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소설이 발표된 후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하는 젊은이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직접 책을 읽기 전엔

치기 어린 객기로 사랑을 빙자한 낭만을 흉내낸 것이 아닌가 미뤄 짐작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사랑도 낭만도 객기도 아닌 '젊음'이 그들을 죽였다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베르테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은" 이 포인트는 아니었을까.

너무도 매력적인 청년 베르테르.

로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세상을 향해 침을 뱉지 못하고 자신을 죽인 젊은이.

그의 생각에 너무 많이 공감해서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가 주구장창 편지를 쓰는 친구 이름이 빌헬름이어서 깜짝 놀라고

너무 매끄럽게 잘 읽혀서 두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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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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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서 제목을 보니 빵 터진다. ㅋㅋㅋㅋㅋ

제목인 "카프카와 함께 빵을" 도 책에 실린 카툰 중 하나.

책을 다 읽고나면

카프카와 함께 빵을 굽고 먹는 것으로 인간의 허위의식을 비꼬는 능력에 감탄하면서 웃게 되리라.


쉽게 말하면 만화책이다.

가디언, 뉴요커,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카툰을 담은 책이니 만화책은 만화책이지 뭐.

세계적인 신문에 실린 카툰이라 허접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그리고.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

책과 문학에 대한 카툰이라, 책을 쫌 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재미를 느낄 수 없겠다.

아래 사진처럼 추리소설의 뻔한 구성(사진 왼쪽)이나

책 제목(사진 오른쪽)을 모르면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지레 겁먹지는 마시길.

책 내용이나 작가를 잘 몰라도 귀동냥한 지식만 갖고도 이해할 수 있으니. 

 

재미있다.

신박하다.

기발하다.

또라이다.

취향저격.

아하하하.


책이 얇아서 너무 아쉽다.

한 번에 다 읽어서 너무 아깝다.

역시, 출판사 에프는 내 코드.


책상에 두고 머리 식힐 때마다 펼쳐 보고 있는, 카프카와 함께 빵을.

나는 이런 유머코드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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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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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라니.

시류에 편승한 인기몰이용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내뿜는 제목.

저자들의 면면을 알지 못했다면 절대로 읽지 않을 책이었다.

 

 

저자 이름을 보곤 깜짝 놀란다.

정말로 이 사람들이 다같이 책을 썼다고?????

그들의 저서를 통해 나와 생각의 방향이 같음을 이미 알던 분들이기에

주저하지 않고 집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가 물러가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것이니,

앞으로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코로나 사피엔스란 코로나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할 인류를 의미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석학이라 불리는 6인이 달라져야 할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라는 방송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적은 형식이라

질문과 대답의 구성으로 짧고 간결하다. (인터뷰 형식의 글은 절대로 읽지 않는데 난생 처음 제대로 읽음)

먼저 저자를 소개한 후

대화가 이어지고, 대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큰 글씨로 페이지를 할애해 강조한다.

전체 대화의 핵심 내용은 별도로 정리해주니 읽는 행위 자체의 부담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겠다.

다만, '자본주의 = 민주주의' 라는 공식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의한 지구 종말보다 정치, 경제체제 붕괴로 종말이 먼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으니 주의.


더 이상의 수요가 없는데 끝없이 생산해대는 자본주의.

공급과잉이 불러오는 자연 파괴는 자연과 인류의 공존이 아니라 자멸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지금 현재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는 커녕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태.

야생의 자연을 인간이 헤집고 들어가면서 그곳에만 있어야 할 미지의 것들이 인간 곁으로 온다.

산업의 발달과 자연 파괴는 지구를 전염병이 잘 퍼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고

지구가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성장 중심의 경제 체제는 멈출 줄을 모른다.

치료약을 만들고 백신을 만드는 일은 위기의 순간을 넘길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고

창궐하는 바이러스로 비대면 생활방식이 자리잡게 될 미래.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삶의 모습이 필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연이 주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방송에서 진행한 인터뷰답게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핵심만 추려서 전달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글이 많지 않아서 실망했지만

글이 많지 않아서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어서 좋구나.

누구나, 국민 모두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었던, 코로나 사피엔스.


저자들 의견에 동의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인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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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딱이야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민 레 지음, 댄 샌탯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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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스한 사랑 이야기가 분명해 보이는 그림에

제목도 "우리는 딱이야"라니 안 봐도 뻔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얘기겠거니...... 했는데.

페이지를 열자마자 시작된 반전.

할아버지와 손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 ㅎㅎㅎㅎㅎㅎ



 

 

할아버지와 손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민 2세대, 3세대거나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이한 경우에 겪는 어려움인데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진통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선 쉽게 접하게 어려운 상황.


언어가 같아도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

부모, 자식 사이에도 언성 높아지기 일쑤인데

언어가 다른 할아버지와 손자는 무엇 하나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다.

텔레비전조차 맘대로 볼 수 없었던 손자는 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형성된 공감대.

            

할아버지와 손자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린다.

붓을 이용해 한껏 동양의 선을 자랑하는 할아버지,

펜을 이용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손자.

둘은 그렇게 공동의 적을 무찌른다.

 

말이 뭐 중요하겠냐.

나이 차이가 뭐 중요하겠냐.

식성이 뭐 중요하겠냐.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목표와, 함께 해내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그만이지.


글이 거의 없는, 정말(?) 그림책이다.

동양 고전의 냄새가 물씬 나서 아주 새로웠고

별다른 사건 없이, 주저리주저리 설명없이,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내용이

주제와 딱 맞아떨어져 마음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저자는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글로벌 시대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문학은 글로벌하지 못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그림을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픈, 우리는 딱이야.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걸 이해하려면 영유아가 읽긴 힘들겠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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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그리는 아이 - 뉴베리 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12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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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을 한창 읽을 땐 들지 않았던 생각인데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땐 자주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이 읽는 게 좋을까, 어른이 읽는게 좋을까?

이번에도 똑같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이 읽는 게 좋을까 어른이 읽는 게 좋을까.

어린 시절을 지나지 않은 어른은 없지만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내가 무엇때문에 속이 상했고,

내가 무엇때문에 기뻤는지.

반대로 어린 시절을 너무 잘 기억하는 어른은

아이가 나의 어린 시절과 같지 않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어른들의 무심함과 따뜻함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을 그리기만 하는 아이.

'마음을 그리는 아이'는 그림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내는 아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홀리스는 길가에 버려진 아기였다.

버려진 동네가 홀리스여서 이름도 홀리스.

골칫덩이고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라고 타박받지만

위탁가정을 도망치는 것 말고 크게(?) 드러나는 문제는 없다.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 반항처럼 보이고,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위탁가정을 빠져나가 담당자가 골치를 썩는 것 말고는.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는 홀리스.

자신의 마음을 그리는 일 하나로 버티는 삶에 조시 아줌마와 스티븐네 가족이 등장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림에 대한 재능을 알아봐준 스티븐네 가족.

어쩌면 자신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했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마음을 닫고 다시 도망친다.

그리고 만난 조시 아줌마에게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조시 아줌마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버리고, 홀리스는 다시 도망친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그림을 매개로 진행된다.

W (Want, 원하다 / Wish, 소망하다)가 주제인 그림으로 출발해 그림을 통해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고

스티븐 가족에 얽힌 사건은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인터넷 서점 분류에 보니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되어 있던데

저학년이 읽기 쉬운 구성은 아니다.

고학년은 되어야 특유의 추리적 구성과

잔잔하게 전해지는 그들 사이의 따뜻한 마음의 교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

뉴베리상 수상작다운(?) 따뜻한 동화, 마음을 그리는 아이.

아이가 내 예상과 상식을 벗어날 때 화를 내거나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보는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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