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이나 씻어라 - 중국선불교답사기 1
이은윤 / 자작나무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삶에 대해서 늘 한가지 잣대만을 들이대며 우리가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생각하려 한다. 울타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외면하고 배척하려고만 한다. 다름에 대한 다양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다름을 포용할 줄도 모른다. 그저 너만 나쁘다고 소리칠 뿐이다. 종교라고 다르지 않다. 예수, 부처, 마리아, 알라 등 상징성을 갖는 신(神)만 있지 교리나 내용은 발 벗고 나서야만 찾아 볼 수 있다. 역시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불교는 불교대로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나름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리라.

나만의 기독교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맛보기지만 살짝 들여다 본 불교의 세계는 종교 이전에 삶의 철학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었다. 고승들의 대화는 길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의 내용을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 것도 내 것으로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소유하고 있다. 진정한 깨달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밥그릇이나 씻으라 한다. 내가 먹은 밥그릇을 내 손으로 닦는 작은 실천이 깨달음의 시작이라는 얘긴지,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지키는 것이 깨달음이라는 얘긴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내 밥그릇을 내 손으로 닦지 않는 나는 한참 멀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기행문이다. 절대 철학서가 아님을 미리 말하며 단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 줄뿐이다. '당신이 먹은 밥그릇은 당신이 씻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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