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트와일라잇 팬아트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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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ㅡWhen the love fallsㅡ
Written by sizru

                                                                                              
잔인한 1월의 바람은 굳게 얼어붙다 못해 붉은 빛으로 달아오른 내 뺨 언저리를 순식간에 베어버릴 만치 매서웠다. 세심한 손길로 누군가 빚어낸 듯 빛나는 눈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내 어깨 위로 천천히 떨어짐에 문득 고개를 들고 눈 내리는 하늘을 쓱 올려다보았다. 눈부신 햇빛은 보이지 않고 잿빛을 함뿍 머금은 새까만 구름만이 털뭉치마냥, 어린아이 입 속에서 사락 녹아내리려는 솜사탕마냥 흩어져 흘러가는 하늘. 잘게 부스러져 분분히 흩뿌려지는 눈꽃이 영롱하게 수놓은, 아름다운 1월의 하늘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를만치 달콤한 나의 뱀파이어 연인이 너무도 사랑하던 하늘.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별해야만 했던, 다시는 내 손틈에 가두어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조차 없게 된 하나뿐인 나의 불멸의 연인이.
 
깊은 곳에 꽁꽁 숨기곤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아픈 기억까지 무심코 되살아났다. 그가 떠나던 날 새끼손가락을 굳게 얽어매며 내가 그에게 했던, 아마 절대로 지킬 수 없을 약속. 다시는 그를 기억하지 않기. 
눈 앞이 아득해졌다. 기억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던 그간의 노력들을 비웃듯, 순식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시리도록 슬프고 애틋하게 그리운 사람‥. 몽롱히 생각에 빠져있을 무렵 볼에 약간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게 손임을 채 느끼기도 전에 나와 시선을 맞춰주는, 그리운 얼굴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벨라, 미안! 있지, 그게, 길이 너무 막혀서….”

“괜찮아. 나도 도착한지 얼마 안 지났어.”

열심히 변명하는 제이콥에게 나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우리 진짜 오랜만이지, 벨라. 뭐 할래? 음‥ 어디 놀러갈까? 하하‥.”

그가 돌아왔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답시고, 어디랬더라, 유럽 어디로 떠났었지만 가서 실컷 놀고 왔을 게 분명한 귀여운 아기늑대 제이콥이. 너무 간만에 보아서인지 모습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아니‥ 많이. 태양빛에 거뭇거뭇 태워져 있던 그의 피부는 조금 더 구릿빛으로 물들었고 길게 자랐던 거친 짙은 흑색 머리칼은 예전에 한번 그러했듯이 삐쭉삐쭉 쳐낸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전보다 귀여워졌으면서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모습. 물론,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은 애띤 소년의 모습 그대로. 슬프게도.

“…라? 벨라? 말 좀 해봐‥”

제이콥은 진심으로 걱정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미안해지도록.

“아. 미안, 제이콥. 그럼 영화 볼래? 카페라던가‥ 커피 한 잔? 아니, 커피 싫어하지 너.”

그래 카페, 라고 짧게 웅얼거리면서 날 잡아끄는 그의 몸짓에 정신없이 이끌리다, 한참 지나 시선을 바로잡으니 이미 제이콥이 커피빈 문을 조심스레 열고 있었다. 딸랑딸랑, 하트가 새겨져 있는 조그마한 크리스마스 종이 문의 움직임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르바이트생과 눈이 마주쳤다. 별 생각 없이 평소에 마시던 그대로 캬라멜 아이스 블렌디드를 주문하자마자 내가 들고 올라갈게, 라며 먼저 올라가 있으라고 그가 웃으며 속삭였다. 시선은 그에게 고정된 채로 알았다고 대답하곤 발걸음을 계단 쪽으로 옮기는데 앞을 보지 않은 탓에 카운터로 걸어오던 남자과 세게 몸이 맞닿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마저 계단으로 다가섰다.

2층으로 이어주는 빛바랜 단풍나무 계단을 한 계단씩 올라가며 유심히 바라보니, 계단의 무늬가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뒤틀려 있는 듯 불안정했다. 마치 그 계단은 거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듯이, 원래 존재했어야 할 장소를 찾아서 다시 갖다두어야 될 듯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 그나마 빛이 잘 들어오는 2층 창가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가방을 무릎 위에 살짝 올려두었다. 으으, 그 전에 여기 앉아있던 사람이 커피를 흘리고는 덜 닦았는지 모카색으로 말라붙은 더러운 자국이 눈에 띈다. 오른쪽에 준비된 커피빈 티슈를 한 장 집어들어 깨끗이 닦았는데도 뭔가 마음이 시원치 않다. 갑자기 결벽증이라도 생긴 걸까.

“벨라, 너 좋아하는 건포도 베이글도 샀어! 자, 커피 니꺼. 이거 맞지?”

“고마워, 제이콥.”

“고마울 게 어딨어, '우리 사이' 에, 허니.”

자기도 부끄러운 듯, 그답지 않게 수줍어하며 고개를 돌린다. 무심코 제이콥의 투박하지만 따스한 손을 꼭 움켜쥐었다. 제이콥의 눈빛에 순간 의아한 빛이 스치다, 이내 얼굴이 붉혀지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래. 찰리가 알고 있는, 또 르네가 알고 있듯‥ 나의 사랑은 제이콥이니까, 서로에게 우린 특별하니까. ‥‥내 생각을 읽은 걸까. 그가 내게 사랑한다 속삭였다. 응. 나도 사랑, 사‥랑, ㅅ‥랑…….
이상하다. 거듭 반복할수록 단어가  새어나간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난 이미 이유를 안다. 슬프게도. 이제는 너도 알고 있겠지? 미안, 제이콥. 널‥ 사랑하지 않아.

커피가 내비치는 플라스틱 컵을 들어 한 모금 들이마시며 평소처럼 손가락을 살짝 세웠다. 에드가 가끔씩 놀리곤 하던 나의 휜 새끼손가락이 눈에 거슬린다. 풉, 가벼운 웃음이 나즈막히 새어나왔다. 오늘따라 내가 왜 이러지, 서로를 위해 그의 생각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는데. 첫눈에 마음이 약해진 탓 쯤으로 돌리면 되려나‥. 다시 한모금을 더 삼켰다. 꿀꺽, 기분 좋은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짐을 느끼며 차갑고 단단한 유리창 너머를 내다보았다. 이 날씨에 습관대로 차가운 커피를 시키다니, 내가 돌았지.

커피빈에서 히터를 따뜻하다 못해 땀이 맺힐 정도로 세게 틀어주건 말건, 밖은 아직도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에 사람들의 머리가 이리저리 나부꼈고 눈은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바삐 뛰어가는 안경 쓴 남자가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놀러 나온 듯 보이는 커다란 눈의 금발 꼬마 아가씨, 강아지와 함께 거리를 산책하는 여자‥. 다들 뭐가 저리도 재미있을까. 생각없이 다시 고개를 휙 돌리다,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환청으로도 모자라 이젠 환각까지 보이는 건가? 유한 몸짓, 살짝 붉은 빛이 도는 짙은 캬라멜색 머리, 새하얗다 못해 눈꽃 사이에서마저 빛을 발하는 피부, 헤어날 수 없을 만치 깊은 황금빛 눈동자. 너무도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나의 사랑.. 나의 심장.
에드워드 컬렌.

“…제이콥, 미안. 나 먼저 나가볼게, 미안해. 정말 미안. 나중에‥ 다시 보자.”

눈물어린 목소리로 단어를 흘렸다. 눈을 감았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직접 보고 싶지 않아서.

“무슨 일이야, 벨라? 벨라? 벨ㄹ‥”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황급히 추스리고, 마침내 냉랭하게 내뱉었다.

“미안해, 제이콥. 예상했겠지만 우린, 끝‥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애타게 부르는 제이콥을 안타깝지만 차갑게 뿌리친 채,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가방만을 간신히 챙겨서 커피빈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나의 연인인가. 그에게서 나는 농도 짙은 아찔한 향이 생각나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달렸다. 앞을 보지 않아서 넘어지거나 부딪히게 되는 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눈 앞에서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당장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며 사라질 것 같았다.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으, 아까 먹은 베이글 탓인지 왼쪽 배가 아려온다. 하지만‥ 이대로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 너무나 그립고 애틋한 뒷모습이 마침내 반쯤 내려앉은 나의 눈 앞에 아른거렸다. 가쁜 숨을 천천히 가다듬고선, 소리없이 뛰어가 그의 미칠듯한 속도를 따라잡았다. 희고 갸냘픈,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그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보채는 갓난아기를 다정히 달래주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그가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곧바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치 빠르게 뒤를 돌아 내 손목을 꽈악 쥐더니 안심한 듯 이내 힘을 조금씩 빼었다. 미약한 떨림이 그의 가느다란 손끝을 타고 내게 전해져온다. 불안정한 모습.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그인데, 당장이라도 그의 몸이 조각조각 부서져 깨어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보았던 조각나 흩뿌려지는 눈꽃마냥 그렇게, 갈기갈기. 끝없는 나의 칭얼거림에 데어버린 상처가 너무 깊어 아물지 않는 것일까.

“‥‥벨라?”

감정을 숨기려 노력한 듯 평온함을 가장한, 그러나 실낱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나지막히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이 이렇게나 아름답게 들릴 수 있다니. 꿈결 같은 그의 체취에 매혹되어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었다. 말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얇은 하얀색 셔츠가 점점 흐릿해져 간다. 이번엔 내 눈물에 스스로 데어버린 걸까, 볼이 온기에 조금씩 달구어지고 축축한 눈물에 질척해졌다. 그와 했던 약속 따위,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어떻게 그를 잊고 살 수 있으리. 그가 새하얀 손등으로 축축한 내 눈 언저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울지 마, 그가 내 귓가에 스치듯이 속삭였다. 황홀한 그의 향이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의 머리에 맺힌 눈송이를 털어주었다. 그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흘러버려서 어느새 주위는 서서히 잿빛으로 잠겨가고 있었다. 시든 가지밖에 남지 않아 앙상해진 단풍나무 방향으로 그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조심스레 쥐어보았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까지. 그의 표정을 읽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이내 그의 새끼손가락만을 잡은 채로 함께 벤치에 앉았다가, 그의 무릎에 내 머리를 대어 무릎베게를 베고선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에드, 손 줘봐.”

“손?”

그가 나에게 손등을 보인 채로 그의 손을 건네주었다. 그의 싸늘한 손가락 마디마디를 쓰다듬다, 조심스레 그의 손을 뒤집었다. 오른손 검지를 펴서 조심스레 그의 손바닥에 나의 마음을 피워냈다.

“떠…ㄴ‥나, 지‥마?”

떠나지 마, 너 뿐이야, 영원히…사랑‥

“…….”

차마 마지막 글자는 쓰지 못한 채로 꽉 주먹을 쥐었다. 그가 움찔하며 나를 바라봤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이란 물감을 그의 손바닥이란 물에 섣불리 풀어버린 나의 경솔한 행동에 나조차 놀랐다. 내 진실된, 눈물어린 마음이 그의 맘 속까지 전해질까. 다시 눈 앞이 흐릿해졌다. 오른쪽 손으로 계속 그의 손을 꽈악 잡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러나 왼쪽 손으로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신음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입을 막았다. 입을 막은 손 틈새로 온기를 머금은 눈물이 주르륵 새어나간다. 보잘것없는 나란 존재가 감히 너를 사랑한다. 너를. 영원히, 사랑‥
 
에드워드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해, 벨라.”
 
“…흐윽‥.”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나의 눈동자를 그의 시선에 맞추었다. 그가 내 손가락을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만 남겨두고 조심스레 둥글게 말아 접어넣는다. 약속. 그가 떠나던 날 했던 약속이 떠올라버려 더이상은 소리죽여 울 수가 없었다.
 
“흐어어엉….”
 
“벨라, 우리 약속 하나 할까? 이번엔 내가 너한테. ……음, 그런 표정 짓지 마‥.”
 
그가 조용히 읊조리며 그의 얇다란 새끼손가락을 나의 것과 얽히었다. 이번엔 무슨 약속을 하자고 할 지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약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난 어떡해야 할까, 다시는 내 눈 앞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 앞으로 다시는 나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에드워드 컬렌은, 내 여자, 이사벨라 스완을 영원히 지켜줄 것을 약속합니다.”
 
귓가에 피아노 선율처럼 나긋나긋한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가 입을 살짝 다물자마자, 내 마음 한구석이 절절히 아리면서도 따듯하게 채워져왔다. 손가락 틈으로 깍지를 껴 오는 그의 손을 꼬옥 쥐었다. 손톱이 그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볼은 붉게 물들고, 심장은 내 귀에까지 빠르게 울려온다. 꼭 끌어안지 않아도, 굳이 입술로 확인하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작게 닿아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아름다운 내 사랑‥. 에드워드 컬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밝혀둡니다. 마지막 구절은 예전에 어느 곳에선가 읽었던 구절을 따왔습니다. 
어디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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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p.211
어떻게든 숨을 쉬어 보려고 나는 헐떡였다. 에드워드는 다시 내 얼굴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서, 내 입술이 그의 입술을 감싸게 했다.
그리고 이번엔 천천히 몸을 굴려 자신의 몸이 내 몸 위에 오게 했다.
 ...
부족하고 엉성한 그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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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히쫑이 2009-01-0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쁘네요

월루♥ 2009-01-0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

쯔룽 2009-01-23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쁜히쫑이/ 부족한 그림인데...^^;;
월루♥/ 월루님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