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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막막한 마음을 가눌 곳 없어 밤거리를 발아프도록 걷는다. 도중에 불밝힌 서점에 들러, 책 한권을 나에게 선물한다. 문득 정처없어지는 지친 날, GO 는 그렇게 어깨에 진 짐을 함께 나눠지는 친구처럼 내게 찾아왔다.
주인공 스기하라를 보며, 나는 인간들을 구분하는 '국적'이란 것이 무엇인가, 아니, 국적을 비롯한 수많은 '분류체계' 들이 무엇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인, 한국인이라는 구분, 백인 흑인이라는 구분, 고위층, 중산층이라는 구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그 숱한 구분 구분들. 그것은 얼마나, 모호하고 폭력적인 구분들인가.
그, 보이지 않는 벽이, 당연하다는 듯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세상. 스기하라는, 구분과 차별로 얼룩진 그 세상에 당당히 어깨를 펴고 선다. "국적이라든가 민족을 근거로 차별하는 인간은 무지하고 나약하고 가엾은 인간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이 많은 것을 알고 강해져서 그 인간들을 용서해주면 되는 거야. " 하고.
노을 지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양을 등지고 선 늠름한 사자같은 자태로. 그는 말한다. "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
스기하라가 국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을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아버지가 가르쳐준 복싱으로, 25전 무패의 싸움실력으로, 그 벽을 부수는 것? 아니다. 그는 그 단단한 주먹에 흠집 하나 내지않고 그 벽을 간단히 넘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벽을 넘는 방법, 그것은 그 벽이 거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