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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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 하기 싫은 일은 없다. 글쓰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시간강사를 했다. 덕분에 나는 글을 쓰고 연극을 만드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 시간을 위해 혼자였다면 미루고 미뤘을 공부도 한다. 가끔 그러다 주객이 전도되어 글을 못 쓸 때도 있지만 이런 삶에 만족한다.

올해는 조금 불안하다. 돌아보니 다문화 아이들, 북한 이탈 청소년... 다양한 대상을 만날 일이 많았다. 우연히 노인, 학교 밖 청소년과의 수업을 의뢰받았고 욕심냈다. 안타깝게도 이 일정으로 해오던 일 하나를 놓쳐야했다. 금액적으로 손실이 커서 생계를 살짝 걱정하게 됐다. 많이 버는 건 아니었지만 작년까진 '이정도면 잘 살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주 잠깐의 자신감이었다.

그저 하던 일 중 하나를 잃었을 뿐인데, '일이야 또 구하면 되지!' 같은 마음이 안 된다. 또 왜 그걸 잃고 새로 얻게 된 의미 있는 일로는 오래 기쁘지 못 하나.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 나를 다 안다는 듯이 위안을 준 책을 소개한다. 이다혜 기자의 〈내일을 위한 내 일〉이다.

진로 고민을 평생 하게 될지는 몰랐다. '장래 희망'란을 채우던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상상했던 삼십 대나 사십 대는 모든 게 정해져서 권태로운 시간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 일, 내 자리를 근심하고 발명하며 살아야 할 줄 몰랐다. 어른들은 늘 모든 문제에 (정답대로 사는 것 같진 않아도) 확신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으니까. 이제 알겠다.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확신하는 제스처 없이 버티기가 힘든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걸. 좀 알겠다 싶어질 때면 기반이 흔들리는 일이 생긴다. 기회인 줄 알고 잡았던 것은 형체가 없었다. 불운인 줄 알고 주저앉아 울면서 꾸역꾸역 한 일이 쌓여서 후일 큰 성취의 든든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p. 004-005

저자 이혜리가 쓴 서문이다. 읽자마자 누가 내 이야기를 써놨나 싶었다. 눈앞에 풀지 못할 문제가 있는데, 어디 조언을 구할 곳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욕이 생겼다.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매끄러운 종이의 질감이 좋았고 독자를 배려한 편집도 감사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작가 정세랑의 조언처럼 '옮겨 다니는 걸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조언처럼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만 계속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의 노오력을 의심하는 사회,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누군가 롤모델이 된다는 게 원동력이 되는 '나'의 현실에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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