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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동화 - 독창적 논술을 위한
조대현 외 지음, 안준석 그림 / 그린북 / 2007년 4월
평점 :
독서논술의 열풍이 유치원생들에게까지 불어닥쳤다. 아들의 유치원에선 매주 책을 읽고 난 후의 독후활동지를 숙제로 내준다. 문제는 그 활동지의 내용이다. “이 책의 결말을 새로 쓴다면” “주인공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하는 식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 교수의 책을 보면 8살 정도의 아이는 자기가 읽은 동화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에겐 독후감도 딱 두 줄이 적당하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가능한 문제를 유치원생에게 내주다니...나는 유치원의 그 숙제를 과감하게 무시해버렸다. 지금은 책을 즐겁게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니까.
이 책 <제목없는 동화>를 손에 들고 솔직히 걱정을 했다. ‘독창적 논술을 위한 제목없는 동화’이라는 이 책이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 족쇄가 될 것인가. 이것 역시 아이들의 논술을 빌미로 한 출판사의 상술인가.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특히 ‘감동적인 문장이나 예쁜 우리말에 밑줄을 그어보세요. 소중한 내 생각이 남아 있는 나만의 동화책이 될 것입니다’란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아홉 개의 짧막한 단편 동화를 읽었다. 아이와 함께 하루에 한편씩. 아이가 재밌어 하는 동화도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동화도 있었다.
작가 윤수천의 도깨비가 등장하는 동화를 읽을땐 도깨비의 “재미있남?” “무얼 샀남?” “이건 왜 샀남?”하는 말투 때문에 많이 웃었다.
하지만 다소 작위적이거나 어색한 동화도 있었다. 제일 처음에 나왔던 할머니의 반짇고리에 대한 것과 다섯 번째 동화에서 껌팔이 소녀를 지문뿐만 아니라 대화속에서도 ‘소녀’로 말하는 부분이 어색했다. 그냥 ‘아이’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아이은 이 책의 제목부터 한 편의 동화까지 제목이 없는 것을 이상하다고 했다. “동화를 읽어보고 니가 제목을 직접 붙여보라는 거야.” 시험삼아 한번 해보겠냐고 했더니 아이는 어렵다고 고래를 절래절래 흔든다. 각 동화의 뒷부분에 나오는 ‘창의력 펼치기’ 중 한 개의 문항으로 서로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그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다만 ‘친구들이 정한 제목을 들어보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써보세요’ 이 문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꼭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지적해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친구들이 정한 제목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어보세요’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논술을 떠나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정리해보는 습관을 기르기에 적당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도하는 부모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