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씨의 「이유」를 접하고 대단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다른 작품은 어떨까 해서 고른 것이 이 책이었다. 미야베 미유키라고 검색하여 나온 책들 중 이 책은 보기에도 흥미로웠다. 이유의 경우도, 사회파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었지만 그게 우리나라에도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물음을 던지게 해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 또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어쩜 난 오히려「화차」를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제 20살이 되는 내가 무서움을 느끼고 반성하게 되었다면 내 친구들 또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미리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고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개인파산에 이른 한 여성과 마찬가지로 집안의 빚 때문에 장밋빛 인생을 빼앗기고, 정말 절실히 새로운 인생이 필요했던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말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 스스로에게 공포심을 조성해 주기 위해 골랐었다. 우리 집은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고 휴대가 가능하고 많은 액수를 안전하게(?) 소지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내가 학원 수강신청을 하러 갈 때나 서점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집을 살 때(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험생이었으니까) 등 많은 돈을 나 혼자서 멀리 가지고 가야 할 때 어머니가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주는 게 일상적이게 되었다. 물론 어머니도 주면서 마음은 편치 않으셨던지 항상 두번이고 세번이고 주의를 주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신용카드는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이 세상은 신용카드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두렵다. 그렇게 쓰면서도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 어머니 허락 없이 충동적으로 사용한 적도 많았다.) 나는 나중에 스스로 카드를 사용한 것에 대해 괴로워했지만 카드는 활짝 열려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신용카드에 잘 의존하고 또 낭비벽도 심한데 이제 스무살이 되어  후에 어머니 소유가 아닌 내 소유의 신용카드를 만든다면? 아낀다, 필요한 곳에만 쓴다, 그런 말 따윈 난 할 수도 없다. 내가 나이로 성인이 되더라도 나는 현대 사회의 금융이나 법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이다. 그런걸 모른채 어머니가 걱정어린 충고도 넘겨버린 채 마구 사용하다가 20대에 신불자가 된다. 어딘가의 소설에 있는 내용이 아니다. 내가 바로 '세키네 쇼코'가, '신조 교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내용 가운데, 어디쯤이었는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정말 절실히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기 전에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 주던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나 올바른 돈의 사용법 같은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 역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가게 되는 아이들 중 하나로서, 실제로 학교에서도 무슨 화장품 기업에서 나와 화장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연에 참석했었다. 나는 화장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관심도 없었지만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알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들었고 그때야 아, 이건 정말 필요해. 이런걸 알려주다니 정말 다행이다. 하고 기뻐하며 단어 하나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화장법은 중요하다. 이 세상을 살아갈 여성으로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꼭 배워야 했던 또 다른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올바른 돈의 사용법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새삼 씁슬해진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화차가 내 쪽으로 오기 전에 돈에 대해 알고 가자. 그렇게 말해주고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 내 또래의 설레는 스무 살 많은 아이들에게.

(물론 그런건 지금이라도 빨리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겠죠?!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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