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컬러 수‘다. 아무리 물건을 줄여도 이 색깔 저 색깔 중구난방이면 집 안은 너저분한 인상을 풍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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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되는 가구나 잡화가 없으니 모든 인테리어가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질리지 않는다. 활활 타오르는 연애는 사랑이 식는 순간 바로 끝나 버리지만,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익숙한 가족과는 10년을 같이 살아도 질리지 않는다.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36)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 하나 있어요." 그런 얘기를 하면 다들 "아무것도 없다고요?" 하고 놀라지만 ‘아무것도 없는‘ 방 = 멀티룸의 편리함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공간의 자유도가 무척 높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 왔을 때는 응접실로, 아이들 친구가 놀러 왔을 때는 손님 침실로...... 어떤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신기하게도 물건이 없는 방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물욕이 잠잠해진다. 빈 공간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없이 바라보고만 싶어진다. 이곳에 물건을 놓는 건 너무 아쉽다, 그런 마음이 생겨난다.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