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경제학
밥 니스 지음, 김인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습관 설계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 매우 다르다. ... 여기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 습관 설계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디자인과 달리, 사용자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으며, 설사 안다고 해도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즉 누군가가 진실로 원하는 행동과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가정한다. (22)

뇌가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면 그렇잖아도 부족한 50비트의 인지능력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지속적으로 ‘휴리스틱...‘, 즉 경험적 지식에 의존한다. 휴리스틱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발견한 편리한 기준에 따라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이다. (46)

애완동물을 위해 기부하는 행위가 선한 행동이라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대신, 단지 기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애초에 기부 의사가 없던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 집 없는 애완동물을 위해 자선을 베풀 의향이 있는 잠재 수요를 타진한 것이다. 펫스마트는 지불 과정에서 고객들의 매우 제한된 주의집중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그리고 구호 단체 기부에 대한 질문을 던져 고객들의 관심을 요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93)

또한 사전 조치 실행하기 방식을 만드는 습관 설계 디자이너는 적절한 ‘예외 규정‘을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실행을 요구하는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30)

엔진오일 교환을 미루는 내 행동이 의도-행동의 차이 때문이라면, 왜 계기판에 켜지는 등이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 계기판 방식을 사용해 주의집중의 시선에 올라타는 방식은 우리가 요구하는 행동이 지금 이 자리에서 보상을 해줄 때만 효과가 있다. 아니면 요구하는 행동을 이행하기가 아주 쉬울 때 효과가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또는 덜 바람직한 행동은 부주의 그리고 타성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오일교환 등에 들어오는 불은 부주의라는 무제를 해결해 준다. 하지만 타성은 건드리지 못한다. ...... 하지만 이런 훌륭한 기술이 주의를 상기시키는 역할에서 멈춘다면, 이런 기술들의 실행이 단추 하나 누르는 정도로 쉽지 않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부주의는 해결해 주지만 타성은 건드리지 못하는 모바일 헬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168)

자, 단어가 중요한가? 그렇다, 당연하다. 정말 중요하다. ... 하지만 집 없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정서적으로 엄청난 감성을 자극하며 다가온다. 이 두 마디에 가정에 대한 개념, 소속감, 화합, 순수는 물론 비극과 배신까지 모든 요소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177)

통제집단에게는 단순히 ‘환경보호를 위해서 협조해 주세요‘라고 적은 안내판을 보여 주었다. 두 번째 안내판에는 사회규범을 활용해서 ‘환경보호에 협조하는 분들과 함께하세요‘라고 적은 다음, 손님들 중 75퍼센트가 수건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안내판에는 사회규범을 사용하되 약간의 변형을 가한 문구를 적었다. 기본적으로는 두 번째 안내판의 문구를 사용하면서도 투숙객의 참여율을 객실 번호와 연계해 ‘이 객실 701호에 묵었던 고객의 75퍼센트가 수건 재활용 프로그램에 동참하셨습니다‘라고 적었다. (185)

재정적 유인과 관련한 프레이밍에서 명심해야 할 게 한 가지 더 있다. ‘일괄...‘ 대 ‘열거...‘다. 즉 여러 가지 예나 사실을 한데 묶을 것이냐 아니면 죽 늘어놓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손실이 이득보다 더 커 보이므로 여러 손실들을 하나로 묶는 게 좋다. 큰 거 한 방에 쓰러지는 게 잔 펀치를 계속 맞다가 ‘골병들어‘ 쓰러지는 것보다 덜 아프다는 논리라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이득은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낫다. (188)

첫째, 사용하는 단어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능력 있는 커뮤니케이터, 즉 의사 전달가를 고용해야 한다. 당신 조직에서 홍보 문구나 웹 사이트 글을 쓰는 직원은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손실, 집단 그리고 현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가? 당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의사 전달자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순수한 가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표현 방식에 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195)

둘째, 당신이 사용하는 모든 메시지를 실험해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실험할 때는, 아무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는 통제집단 활용까지 포함해서,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심지어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은 메시지가 개인에게 미칠 영향과 그 효과를 쓸데없이 과신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부분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5)

리프레이밍에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도를 넘는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메시지가 나쁜 소식을 감추거나 억지로 변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즉각) 판단해 버린다. 그와 반대로, 잘 설계한 리프레이밍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처한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합당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큰 효과를 거두는 리프레이밍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을 백분 활용한다. 따라서 뛰어난 실력의 의사 전달자와 글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6)

연료비 상승의 여파는 여드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십대들에게도 미쳤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시합 내지 경쟁으로 승화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미국인이다. 삶이 레몬을 선사한다고 그냥 평범한 레모네이드를 만들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레모네이드 만들기 시합을 벌인다. 그리고 결국 최고의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215)

유창성이 높은 것일수록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더 마음에 들어 하고, 그것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되고, 그것이 더 인기 있고 더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한다. 마치 옛날 어르신들이 어디가 불편하기만 하면 부위에 관계없이 발랐던 어떤 약처럼 유창성은 어디에나 연결된다는 말이다. (223)

지적으로 솔직해져라.
습관 설계 디자인이 요긴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마술처럼 늘 대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 행동경제학의 현실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험하고 학습하는 과정test-and-learn에 투자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화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242)

나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은 습관 설계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행동 개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습관 설계 디자인을 생각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 하지만 내가 습관 설계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습관 설계 디자인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지니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팅이나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광고용 메일처럼 설득하려는 태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런 방식들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고 훨씬 덜 냉소적인 시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습관 설계 디자인은 속임수도 아니고 비밀도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올바른 일을 하려는 의지가 존재하고 조금만 도움을 주면 그 좋은 의도를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깊은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습관 설계 전략이다. (250)

더욱 중요한 점은, 습관 설계 디자인이 디자인의 적용을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디자인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인간의 내면이 지향하는 좋은 의도를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일할 수 있다면 일의 효율성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는 인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일에 대해 더 많은 보람을 느낄 것이다. (2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