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행운 - 여배우가 삼재를 건너는 법
고바야시 사토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씨네21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하지만 인간이란 슬프도록 쉽사리 질려버리는 존재라, 어느센가 그렇게 보내는 주말도 참신함이 사라져갔고 건물 관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가노에서 보내는 주말에 대한 열정도 점점 더 옅어져만 갔다. 그보다는 시내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세련된 서비스를 누리며 보내거나, 가볍게 날아가 홍콩이나 타이에서 여유를 즐기며 주말을 보내면서, 버블시대의 우리는 오만하게도 어떤 휴일을 보낼지 마음껏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주말마다 찾아가던 게 한 달에 한 번 꼴에서 ㅂ년에 서너 번으로 바뀌고, 그러다 "앗, 올해 갔던가?" 하고 가물가물할 정도로 잊혀져버린 불쌍한 버블 산장. 우리 회사는 직원이 서너 명 정도인 작은 회사인데, 그나마도 지금은 절반가량이 오십대에 접어들면서 도쿄에서 산장까지 두 시간 운전도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30)

최근에는 세상이 절약이다 환경이다 목청을 높이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산장은 무서우리만치 낭비 그 자체다. 지붕이 있는 그럴싸한 차고, 드넓은 욕조, 사진 현상이 가능한 암실, 한 층은 더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높은 천장, 결혼식 피로연 정도는 너끈히 치를 정도로 많은 식기, 침대도 네 개나 있고. 다다미방에서는 유도 경기도 충분히 개최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조금 더 간소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차피 버블시대였기에 ‘크게 할 수 있는 건 크게 하자고, 아하하하!‘라는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거대함은 누구 탓도 아닌 것이다. 버블시대를 모르는 젊은이들은 이 무모한 거대함에 일일이 감탄하면서, "버블, 죽이는데요!" "버블, 최거!" 하고 재미있어 하지만. (32)

그런 소박한 행복에 기뻐하는 토비를 보면서 나도 웬지 행복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토비는 한 가정의 반려동물로서 이미 충분하다. 평범하지만 무척이나 고마운, 소중한 위치에 있다. 형제 개의 활약을 보며 잠시 부럽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날이 그날인 매일을 무던하게 보내주는 개와 고양이를 보면, 아, 사람의 생활도 이런 거구나 싶다. 아주 가끔씩, 이렇게 별거 아니지만 기쁜 일이 생긴다. 그런 거구나 싶다. (76)

하지만 연극은! 아, 뭐 사실 지금 맡은 역할도 집까지 끌고 들어가기는 좀 그렇지만, 준비 시간이 긴 만큼... 미션, 숙제, 좌절, 반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보면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그 역할과 나눈 이야기가 깊어지고 깊어지는 작업인 것이다. 하아, 이게 연극의 참맛이겠지. 분명, 드라마라면 그날 촬영한 장면으 그날로 끝. 일단 찍은 다음에는 아무리 반성해도 뒷북일 뿐이다. 그런데 연극은 그날 연습한 걸 다음 날 또 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 헤매던 대사를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대본을 뒤적이며 아아, 이건 그런 의미였구나 하고 깨닫기도 하며, 무슨 무슨 영화를 참고삼아 조금 봐볼까 같은 생각도 하다. 유난 떠는 듯 보일지 몰라도, 나로서는 종일 연극에 대해 생각 안 하는 때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래봐야 고작 이 정도의 연기라니! 한심해, 한심하다. (129)

실은 더 부르고 싶었다! 부르게 해줘! 핑크 레이디...도 아직은 출 수 있다거! (그건 그거대로 너무 오래됐다!) 부를 거야, 다 부를 거라고! 이러면서 한동안 운전할 때 차 안에 틀어놓은 명곡을 혼자서 열창하고 다니다 최근에야 겨우 진정되었다. 노래는 좋은 거다. 정말 좋은 거지, 암암.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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