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있는 교실 - 돼지 P짱과 32명의 아이들이 함께 한 생명수업 900일
쿠로다 야스후미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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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은 우연히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그 우연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라 할지라도 의문점이나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그 자리에서 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의문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함께 토론하고 실행해가는 것이 그러한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18)

<생명을 만지다>는 인간 생명의 원천에 대한 책이었다. 강변에 풀어놓은 닭을 잡아서 손질해서 먹게 하는 수업, 돼지를 통째로 구워먹는 수업, 그 모든 것이 내 상상력이 닿지 못할 곳에서 펼쳐지는 수업처럼 느껴졌다. 그런 교실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현재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마음 속 어둠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토리야마 토시코의 실천을 언젠가는 뛰어넘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23)

아버지의 죽음이 내가 돼지를 키우는 것이나 삶과 죽음의 문제에 빠져들게 된 것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싸움이 있었기에 나는 그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직면하면서 문득 깨달은 바가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에서 죽음에 대해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막상 죽음과 직면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내 안의 나침반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했던 것이다. 물론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직면하게 되면 누구나 당황스럽고 넋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왠지 죽음을 너무 금기시해온 지금까지의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보면서, 어딘가 교육의 허점이 숨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죽음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것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에 나는 차츰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37)

"오늘은 뭐 먹어요?" 내가 묻자,
......
엄마가 대답하셨다.
"배추하고 돼지고기"
"혹시 그 돼지고기 P짱 친구 거?" 내가 묻자 엄마가 말씀하셨다.
"아니야."
"그럼 P짱 친척이에요?"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엄마가 대답하셨다. 나는
"히잉......" 울먹이며 히터 옆으로 가 앉아서 우는 척했다.
(그렇게 예뻐했는데......)라고 생각했다. -사카미치 케이코 (50)

요코와 마유코는 내 글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했다. 교사의 말이 절대적인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던 교실에서 그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걸고 내 의견에 맞서고 있었다.

"선생님은 왜 P짱을 고기로 만들고 싶어하실까? 우리가 4학년 때 P짱을 데려왔는데, 무엇 때문에 데려왔는지 모르겠다. ... 무엇을 위해 아빠엄마는 누구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 주었을까? P짱이 예쁘니까, 또 우리가 P짱을 키우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 우리는 P짱의 집. 나는 계속 키울 거예요." -키무라 요코

"나는 선생님이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랍니다‘라고 쓰셨는데, 나는 너무 불쌍해서 도저히 P짱을 남김없이 맛있게 먹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4학년 때부터 5학년까지 키워왔는데, 죽이다니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키우고 싶습니다." -이이무라 마유코 (116)

나중에 나는 이 글을 읽고, 어머니의 ‘너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신 말씀에서 상당히 어렵고 곤란한 과제일수록 마지막 결정을 아이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교육에서 사실은 가장 즁요한 일이라는 걸 깨다랐다. 그리고 요시노부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배움을 얻었다는 사실은, 식육센터 여러분에게 그가 쓴 감사의 편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식육센터 여러분께. 전에는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식육센터에 가서 돼지의 머리까지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돼지도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밥을 먹을 때 가끔 식육센터에서의 일을 생각합니다. 저는 생선을 먹는 것보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먹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크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도 한 마리의 생명만 없어지지만, 작은 생선은 가족이 다같이 먹으면 여러 마리의 생명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주세요." -무로 요시노부 (126)

"6학년 2반에서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한 달 후면 졸업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졸업한 후, P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판다, 먹는다, 농장에서 키운다, 다른 학년이 물려받아 키운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결과는 다른 학년이 물려받아 키운다고 정해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P짱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P짱 등에 올라탄 사람도 있습니다. P짱은 오줌을 오래오래 쌉니다. P짱은 처음에 암컷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수컷이었습니다. P짱은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일, 힘들 일이 많습니다. 우리의 뒤를 이어 P짱을 키워줄 학급을 찾습니다. 만일 키워줄 수 있는 학급이 있다면, 잘 이야기해서 2월 25일, 2월 25일까지 6학년 2반으로 알려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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