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 아프간 참전 미군 병사들의 리얼 스토리
세바스찬 융거 지음, 성상원 옮김 / 체온365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과 조응하는 두 편의 테드 클립 주소:


1.How to talk to veterans about the war

2.Why veterans miss war by 저자 


전투중대의 지휘관이었던 댄 커니... 대위가 아리아바드로 험비...를 몰아 부상병들을 후송하기 위해 갔지만 탈레반의 화력의 벽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국이 모든 것을 퍼붓는다고 하더라도 반군들이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때 깨달았던 건, 첫 번째로 이들은 내가 이라크에서 싸웠던 적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들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이곳의 지형은 내 평생 보지도, 읽지도, 듣지도 못한 방식으로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3)

러트렐은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총을 맞았지만, 사브라이... 마을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지역민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전사했다. 그 중 한 명은 몸에 스물한 방을 맞은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사브라이 마을의 부족민들은 러트렐을 그들의 명예 규칙 중에 하나인 록하이 와카원...에 따라 그를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되었는데, 이는 누구든 문 앞에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 부락이 어떠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마을을 포위하고 그들 모두를 죽이겠다고 위협했음에도 주민들은 미군이 도착할 때까지 저항했다. (62)

나는 항상 소대 내의 다양한 체형들이, 그것도 극단적으로 다른 형태의 사람들이 똑같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노호는 190센티의 키에 체형은 꼭 다리미 판처럼 납작했지만, 54kg이 넘는 SAW 완전군장을 들고 다녔다. 워커...는 정치[덩치]가 좋고 본성이 착한 친구였으며,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 다녔고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한번은 이 친구가 이미 36kg의 깡통 식품을 집어넣고도, 추가로 13kg을 더 넣고서 어깨에 메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스트레포까지 걸어온 적도 있었다. (93)

미군이 가진 모든 기술적 우위에 대해 탈레반들은 동등하거나 적어도 이에 대응할 수단들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아파치 헬리콥터는 산자락에서 사람의 체온을 찾아내는 열 영상 추적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탈레반 전사들은 따뜻한 바위 위에서 자신의 몸을 담요로 덮는 것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미군은 적들을 찾아내기 위해 무인 드론...을 사용했지만, 탈레반은 그것을 음식 찌꺼기를 찾아 미군 주위를 멤도는 까마귀 떼를 관찰하는 것으로 똑같이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미군은 화력에 있어서 무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탈레반은 전체 기지를 한 명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그가 죽든 말든 그는 적어도 하루 이상 기계를 속일 수 있었다. 1820년대에 군 이론가인 칼폰 ...은 이렇게 쓴 바 있다. "전쟁에서 모든 것은 단순하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것이 어렵다. 어려움들이 모여 일종의 마찰을 만들어내면서 끝난다." (104)

대부분의 총격전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용감한 행동이든 비겁한 행동이든 전투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군인들은 전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그 결정을 내렸는지 기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을 하지고, 남은 평생 동안 후회하면서 살기도 한다. 더불어 그들이 하려고 했던 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일을 가지고 훈장을 받기도 한다. ... 전쟁은 총격전 중에 내려진 수천 개의 결정의 총합에 의해, 그것도 주로 처음 몇 초, 혹은 일 분 동안에 내린 결론에 의해 이기고 지는 것이 판가름 난다. 준터는 처음 공격을 받은 뒤부터 반격에 이르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대략 10~15초 사이었다고 기억한다. 훈련 받지 못한 민간이이었다면, 그것도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알 수 없는 탄막에 갇혀있는 상태에 있었다면, 10~15초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땅바닥에 웅크리는 것밖엔 없었을 것이다. 만일 부대원 전원이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면 전원이 몰살되었을 것이라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146)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미군과 영국군은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튀니지에서 벌어진 작전 기간 내내 미군과 함께한 심리학자 허버트 스피겔...은 이를 "X요소"라고 명명했다. 그는 1944년 군저널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요소가 의식적인 것인지 무의식적인 것인지데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요소는 그들 그룹에 대한 헌신, 그들 상관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의에 대한 확신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사병들에게 있어 이 요소는... 자신의 공포를 제어하고 자신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수준의 엄청난 피로와 싸우게 만든다." (147)

그럼에도 가끔 어떤 특정한 범주에도 소속되지 않는 군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전쟁터에 나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미군의 자기기만 능력의 한계를 꿰뚫어보는 이들이다. 2008년 봄, 이런 이들 중에서 한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진 이길 방법을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161)

전쟁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야 한다. ... 하지만 교전 중에 .50 캘리버 기관총과 함께 싸우는 19살짜리에게 아군 사상자만 없다고 한다면 전쟁이란 일반적인 삶의 몇 배로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그것도 남들이 결코 듣지도 못했던 형태로.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20분의 교전 동안 겪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보다도 많다. 뭐 종종 벌어지긴 하지만, 전투는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전쟁은 어떤 곳에서도 살아남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비밀의 힘은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젊은이가 그 게임을 한번 더 벌이겠다고 내기하게 만드는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75)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나는 내 형과 지하 세계의 괴물들이 벌이는 거대한 전투를 보고 있었다. 형은 그 괴물들을 한 번에 하나씩 거대한 샷건으로 죽이고 있었다. 그 괴물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고 흉포해 보였으며 그가 얼마를 죽이는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밀려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그의 탄환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그 괴물들이 이길 것이라는 것도. (178)

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거의 50명에 가까운 미국 군인들이 죽어갔다. 나는 이게 많거나 적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 대가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미국이 전적으로 빚지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이 그 평가에 포함되어야 한다. 더불어 통상적인 수학으로는 풀 수 없는 또 다른 비용이 있다. 그 계곡에서 미군이 100미터 가량을 확보할 때마다 한 명의 미국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은 어찌할 것이냐는 것. 그 땅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을 배울 만큼의 심리학적 가치가 있는 곳인가? 이는 답이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질문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평범한 감수성을 가진 평범한 젊은이들이, 선택할 것이 거의 없는 언덕 위에 던져져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겐 스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스승이라고 함은 한 세대 위의 사람이거나 훨씬 나이가 많은 이들이다. 이건 레스트레포에서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22살의 분대장에게 19살 먹은 이병의 사실상 아버지 역할이 주어졌다. (187)

나는 미군의 장교 하나가 아프칸의 최전방 전초기지에서 그의 부하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봤던 것이다. ...... 그 일이 벌어지고 나서 한 달 즈음 지나서 오번이 나에게 이렇게 설명해줬다. "3소대는 그렇게 빡세지 않았어요. 뭐 그리고 좀 궁금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좆나게 패보고 그걸 감수하지 않는다면 그 씨발놈이 뭐라고 하든 안 듣겠다고 합의를 봤죠. 만약 맞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되었건 간에 2소대원이 아니라고 봤던 거니까요. 우리랑 같은 종류가 아닌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어요."
험한 말이 꽤나 오고 갔지만 사실 길레스피에 대한 부대원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험하게 돌렸던 것이다. (192)

겁쟁이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그들 자신의 몸뚱이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것에서 기인한다.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리는 데 그들이 무능한 이유는, 그들의 내면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231)

이곳에 온 부대원들은 거의 1년 이상 무전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KOP에서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브레이크"나 "오버"를 습관적으로 붙이고 있었다. 기존의 관계들은 엉망이 되어갔고, 연애의 기술들은 파묻혔다가 나중을 기약해야 했다. 부대원들은 차라리 "돌고래 조련사"나 "동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소개했지, 여자들을 만날 때 군 복무 중이라는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렉 볼드윈...의 아들이라고 주장해서 꽤 성공률이 높았던 친구도 있었다. KOP에선 계속 번갈아 가면서 휴가를 떠났고, 휴가에서 돌아올 때마다 점점 더 이상한 문신들을 해왔다. 처음에는 복수심에 불타는 용이 부대원들의 상태에 그려지더니 나중엔 폭탄과 총들이 그들의 이두박근에 꽃피기 시작했다. (239)

퇴역군인들에게 있어서 민간인 세상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있어 아주 사소하고 가장 잘못된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시시하고 멍청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사실은, 전투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영관급 장교가 터무니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자신들을 나무란다는 거나, 자신들의 여자친구가 그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지엽적인 내용을 가지고 말싸움을 걸어온다는 사실이다. 참전 경험이 있는 군인들이 전투를 그리워한다고 말할 때, 그들이 실제로 그리워하는 것은 실제로 적들을 향해 총을 휘둘렀던 경험이 아니다. ...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모든 것이 중요하고 무엇 하나도 허가 없이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인간관계가 좌우되던 세상이다. (285)

이런 순수하고도 깨끗한 기준들은 참전군인들이 자신들 스스로 전쟁터에서 자신을 개조하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얌전이거나, 못난이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인기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총격전을 벌일 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단 한가지는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 얼마나 헌실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것을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그러했기에 부대원들이 서로의 누이와 어머니를 두고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저속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간의 연대를 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나아가 그들이 어디에 있어서 혼자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286)

전투에서 불확실성의 안개는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 죽을 수도 있는지를 혼란하게 만드니까, 그 미지의 세계에서 남자들 간의 절실한 연대가 탄생하게 된다. ...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절대로 깨질 수 없는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유일한 관계다. 남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종교조차 그 정신을 확산시키는 데 실패하는 사랑의 형태이며, 이를 한 번 경험하면 사람이 기저에서부터 바뀌게 된다.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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