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조너선 코졸 지음, 김명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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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이`로 쓰는게 맞음] 말하는 방식에는 흔히 거만한 어조가 배어 있습니다. 에릭 에릭슨...이 `파괴적 독선`이라 표현한 독단적인 자만 역시 낯설지 않습니다. 정책 위원회나 교육부에 오래 몸담을수록, 어린 학생들의 비틀어대는 몸짓이며 상처 입기 쉬운 기질, 부러진 연필심, 아이가 왜 우는지 보려고 선생님이 책상 곁으로 다가가 몸을 기울일 때 쳐드는 얼굴 등 어린이의 소소한 현실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줄어들 것입니다. (16)

자신감 있고 교양 있는 학부모들하고만 친하게 지내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성채를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중산층의 경계를 넘어, 처음에 우리를 신뢰하지 않았던 힘없는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어 평등하고 진심어린 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전문 직업인다운 행동`의 의미를 당시 제가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이 해석했던 것처럼,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초임 교사들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40)

어느 날 우리 반 아이들은 제가 가져온 오페라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독후감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교장선생님이 경쾌한 걸음걸이로 교실로 들어와서는 제 허리에 팔을 두르고 학생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춤을 추는 데 서툴렀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아이들은 이 광경을 몹시 재미있어했습니다. 필연적인 결과였지만 그 후 아이들은 저의 어색한 몸동작은 흉내내며 놀려대곤 했지요. 공립학교 관리자들은 명랑하지 않다는 그때까지의 고정관념이 빠르게 지워졌습니다. (51)

"고요한 순간에, 어린아이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무언가를 슬쩍 보여준다네" (55)

"저는 선생님이 멋찌다, 그리고 매력이 있따, 그리고 조타, 그리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제자 캡틴 블랙 올림." 저는 특히 마지막에 덧붙인 글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신: 그리고 선생님은 저한테 수고해따고 해야 합니다. 왜냐면 저는 이 편지를 엄청 열씨미 썼으니까요." (80)

명료성이나 독창성, 아름다움이나 우아함이 없는 이런 종류의 문서들은 권위적인 불명확성으로 가득한 황무지 같습니다. 절거덕거리는 기계음을 내는 동사의 남용과 걸핏하면 별개의 개념을 하이픈으로 연결한 구에 의존하는 경향..., 우회적인 논증, 이전에 이런 문서에서 몇천번 사용되었던 진부한 단어들의 나열 등은 마치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온 사람의 혼잣말처럼 느껴집니다. (105)

그러나 문학적 소양은 갖추지 못했지만 비판적 지성이 있고 이런 과장된 용어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려 깊고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조차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느낄 때에는 그런 용어를 사용합니다.
......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기 식대로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우리 교사들부터 그럴 수 있도록 열심히 싸워야 합니다. 교육계의 은어 공장은 아주 바쁜 곳이어서,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본질적인 의미가 결여된 새로운 단어와 구를 계속 양산할 것입니다. ... 죽은 용어들을 거부하십시오. 자신의 참신한 언어를 지키십시오. 언어의 진정성을 지키십시오. (110)

중학교 선생님들이 실망을 토로하시듯, 이 아이들 중 대다수는 초등학교에서 예리한 질문을 하거나 복잡한 개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배우지 못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건설적으로 학급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교외 지역의 아이들은 실상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을 배우지만, 도심의 아이들은 생각 없이 묵종하도록 훈련받습니다. 하나의 인종과 사회 계층만이 아이디어 탐구와 정치적 식견, 그리고 미래의 경제력 등을 위해 교육받습니다. 프란체스카 선생님, 이런 경향이 더 오래 계속된다면 이미 미국 내에 나타나는 이 거대한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134)

이 교사들 중 이 잔략들이 성공할 경우[공교육 민영화와 교육 바우처제를 말함], 결국 자기가 몸담은 직업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게 되리라는 것을 아는 교사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더는 교사의 임무는 현재 교사들이 생각하듯 `소명`이 아니라 기업의 일개 직원의 역할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더는 `우리가 가르치고 잘 알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닌 우리의 `고객` 또는 `의뢰인`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164)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곳의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하는 중이고 어른이 될 때까지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진보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면 불공평한 상황은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169)

제가 교육대학에서 만난 백인 젊은이들 중 일부는 도심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아주 이타적인 행위로, 그들이 그들보다 불우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윤리적 사회적 혜택으로 여기더군요.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 역시 저와 같을 거라 여겨집니다. 저는 사우스브롱크스로 향할 때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눠줄 은총...의 선물 자루를 갖고 간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늘 은총을 찾으러 사우스브롱크스로 갔고, 파인애플 같은 아이들의 개성과 타비사와 마리오같이 어린 아이들의 귀여움과 다정한 장난에서 매번 그 은총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232)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정당한 화와 힘찬 비난을 마다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은 거의 모른 채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교육 체제...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 안다고 자신하는 전문가들의 용어는 쓰지 말도록 하시고, 영혼을 파괴하는 교육 관행에 초연하도록 하십시오. 죽은 나무처럼 예상 가능한(뻔한) 것을 거부하십시오. 대신 예기치 않은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즐겁게 책을 읽어주십시오. 아이들의 흥미와 미감을 자극할 수 있다면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도 마다하지 마십시오. 정해진 것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의 기분과 마음에 따라 융통성 있는 수업을 하십시오. 대다수 아이들의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의 삶에 밝은 색 환희의 씨앗을 뿌려주십시오. 들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줄 아는 여유는 가지십시오! (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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