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 로렌스 트리트 엮음, 정찬형.오연희 옮김 / 모비딕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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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풍송소설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소설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시대의 굴곡진 삶을 거울처럼 잘 반영하고 있다. 비록 거울에 비친 모습이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극...을 줄 것이다. 이렇게 독자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작가가 존재하는 목적의 전부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후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하면 당대의 시대상을 거울에 올바로 담아낼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추리소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범죄나 죄악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죄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느냐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9)

그는 플롯을 만들어서 발전시키는 데 아주 독특한 방식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는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무조건 제일 먼저 떠나는 대륙 횡단 버스에 올라탄다. 글에 대한 구상이 싹터오르는 동안 그는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수일에 걸쳐 버스 여행을 계속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은 채. 그러다가 마침내 준비가 끝나면 집으로 가겠다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56)

나는 지하철과 도서관, 공원 벤치나 박물관, 버스와 기차, 그리고 공항 대합실에서도 한쪽 귀로 사람들이 나누는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많은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데 최악의 장소는 다름아닌 내 집이었다. 한창 자라는 아이가 다섯이나 있어서 찾아오는 친구들이 언제나 들끓었다. 집에 있을 때 남편은 항상 노래를 불러댔다. 라디오와 피아노, 그리고 전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때때로 동시에 울려댔다.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의 도떼기시장 같았다. 내 방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그저 허울일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글을 썼다. (103)

또한 나는 글에 사실감을 불어낳기 위해서 배경이나 법적 의학적 쟁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하는 한편, 책에서 사용할 현장의 모습과 날씨, 그리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묘사한 내용을 테이프에 녹음해준다. 이 때문에 실제 책을 쓰기 전에 상당한 시간을 쓰지만 그 효과는 크다. 나는 세밀한 묘사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켜서 계속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을 준다고 믿는다. (107)

문고판 시리즈물로 글쓰기 경험을 쌓고 이제는 양장판 순문학을 쓰고 있는 내 친구가 말하기를, 지금도 가끔씩 오래전에 썼던 책에 등장한 탐정이 사무실에 앉아서 다음 일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느껴진다는 것이다. (113)

명심하라. 우리는 금방 심드렁해진다. 처음 봤을 때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들을 두 번째나 세 번째에는 못보고 지나칠 수 있다. 처음 느낀 놀라움을 생생하게 그대로 포착해두라.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받았던 감동과 흥분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139)

처음 편집 일을 시작했을 때 지루하기 그지없는 원고를(지금도 너무나 많은 원고가 그렇긴 하지만) 읽고 난 뒤, 나는 작가들이 괜히 낡은 원고를 쓰느라 시간만 낭비할 게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작품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작가들이 자기 분야의 작품을 너무 적게 읽은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읽어서 이미 성공한 작품들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실패로 끝날 지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입각하여 글을 쓰는 작가를 만나는 것은 편집자에게도(그리고 결국 이를 읽는 독자에게도) 엄청 큰 기쁨을 주는 일이다. (149)

시점의 문제와는 별개로, 등장인물을 너무 단순화시키면... 안 된다. 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일생을 다 바쳐도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모든 작가가 동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 나는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보나 성인, 정신병자 중 하낭리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자기 회의야말로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공통분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누구에게 최초로 총을 발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밖에 고민할 줄 모르는 존재로 등장인물을 그리는 추리소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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