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의 노래 - 사라진 새 도도가 들려주는 진화와 멸종 이야기 김영사 모던&클래식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신현철 해제 / 김영사 / 2012년 10월
장바구니담기


도도의 멸종은 여러 측면에서 근대성을 대표하는 사건인데, 그 사건이 작은 섬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모리셔스 섬이 작고 아주 외딴 곳에 위치하여 별로 주목할 만한 곳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인상은 잘못된 것이다. 종의 멸종이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문제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처럼, 작은 섬은 종의 멸종 문제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 섬에서 일어나는 이 현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본토에서 일어나는 멸종 위기를 이해하는 최선의 길이다. -361쪽

도도는 희귀종에서 멸종 상태로 내몰렸다. 하지만 이 마지막 한 마리가 아직 살아 있었다. ...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1667년(예컨대)의 어느 날 새벽, 마지막 도도는 블랙리버 협곡의 차가운 바위턱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도도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조금이라도 온기를 얻으려고 깃털을 세웠다. 심겨운 고통을 간신히 견뎌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응시했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렸다. 도도는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도도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이윽고 비바람이 그쳤을 때, 도도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와 함께 도도는 멸종했다. -378쪽

그 무렵에 소녀였던 트루가니니는 백인들의 '우호와 친절'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겪었다. ... 트루가니니는 자기 부족 영토인 휴언 강 하구에서 약혼자 파라위나와 또 다른 원주민 한 사람과 함께 해안에서 몇 km 떨어진 브루니 섬으로 건너가려고 했다. 그 때 두 백인이 그들을 배로 건네다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런데 중간쯤 왔을 때, 로와 네웰은 원주민 남자들을 배 밖으로 던져버렸다. 파라위나와 친구과 헤엄을 쳐 다시 배로 기어오르려 하자, 로와 네웰은 손도끼로 그들의 손목을 잘라버렸다. 턴벌이 책에 쓴 품위 있는 표현에 따르면 "손목이 잘린 원주민들은 그대로 익사하도록 방치되었으며, 유럽인 남자들은 여자에게 하고 싶은 짓을 마음대로 했다."-494쪽

"사람들은 날 괴짜로 여겼지. 난 군집생태학 중 많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내가 평형 이론을 멀리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지. 그러니까 모형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고, 때로는 모형이 아주 우아한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모형을 실제 현실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야. 모형은 그저 자연을 추상화한 개념일 뿐인데도 그걸 진짜 자연이라고 믿는 거야. 나는 어떤 논문이나 글이 자연보다는 모형 자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가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656쪽

"만약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이 옳다면, 훨씬 큰 면적에 존재하는 동물상과 식물상을 완전히 똑같이 주립공원이나 국립공원에 작은 규모로 보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669쪽

그는 "열대 지방에 사는 큰 식물 및 육상 척추동물에게 일어나는 중요한 진화는 이번 세기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라고 썼다. 진화의 종말이라고? 그렇다. 다만, 그가 의미한 것은 정확하게는 종 분화의 종말이다. 현존하는 나무나 척추동물 종들은 그 계통 내에서는 진화가 조금씩 계속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별개의 새로운 계통으로 갈라져나가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심각한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분기는 생물 다양성의 주요 원천이기 때문이다. -717쪽

"이 이갸기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 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729쪽

희망이 없는 경우는 없다. 다만, 희망이 없는 사람들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만 있을 뿐이다. -731쪽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존스의 삶을 관통하는 한 가지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권위 있는 목소리들...은 존스에게 너는 할 수 없다, 너는 능력이 없다, 너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존스는 언제나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능력이 있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그것을 보여주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덜 완고했다면, '거의 불가피한' 운명에 굴복해 웨일스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광산에서 기술자로 일하면서 취미로 잉꼬나 키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주위의 권고와 만류를 뿌리쳤다. 그는 운명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그가 믿는 것은 가망이 없어 보이는 도전인 것 같다. 가망이 없어 보이는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가끔 좋은 결말을 낳을 때도 있다. 존스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생물학적으로 특별한 이 섬에서 살아가는 삶에 황홀한 만족을 느끼며, 그럴 때 하늘을 보고(딱히 누구를 향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을 향한) 내지르는 표현이 있다. "누가 이기는지 보라고!"-753쪽

그런데 두 나뭇가지 사이에 잠시 매달려 있는 동안 디디는 굵직한 똥을 쌌다.
"오!"
스트라이어는 감격에 겨워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오, 디디!"
그러더니 "오, 또 떨어져요!"라고 외쳤다. 스트라이어는 마치 PGA의 섬세한 캐디처럼 두 번째 똥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이것으로 암컷 다섯 마리의 사료를 모조리 채취했다. 이렇게 목표를 100% 달셩하는 날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를 거에요."
나는 그녀가 정말 행복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트라이어는 똥덩어리를 향해 달려간다. 유리병에 담고도 남을 만큼 양이 많았다. -804쪽

모든 종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그연종과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 출현했다. -56쪽

자신이 연구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박사 과정 학생은 행복할지어다. -63쪽

생태계 붕괴 역시 얼마 전까지 사정이 비슷했다. 과학자들이 뭐라고 웅얼거리긴 했지만, 일반 대중은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동물상 붕괴? 평형을 향한 해체? 자연계를 사랑하는 박식한 사람들조차 그렇게 암울한 개념이 세상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18쪽

지금도 도도가 실제로 언제 멸종했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요. 그렇지만 아마도 1660년대에 완전히 사라졌을 거예요. 도도는 멸종한 전설의 새가 되었지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상징이 되었지요. 그 전에도 멸종은 일어났고, 그 후에도 멸종 사례는 계속 있었지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종을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초의 사건이었으니까요. ...... 바로 그 순간, 즉 도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로 그 순간에 인류는 이 세상도 사라질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영원히 자연을 약탈하고 유린할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381쪽

우연하게 일어난 여러가지 재앙에도 불구하고, 증가와 감소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쥐 개체군은 멸종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쥐 개체군이 희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빼미 개체군은 멸종했다. 왜 그럴까? 삶이란 불확실성의 시련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인데, 가장 좋은 시절의 올빼미 개체군의 수는 가장 나쁜 시절의 시련을 견뎌낼 만큼 충분히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407쪽

그럴듯한 전설이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동안 혼란스럽고 까다롭지만 중요한 현실이 무시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다윈핀치에서 그것을 보았고, 도도와 칼바리아나무에서도 그것을 본다. 게다가 일부 전설은 약간의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실을 무시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멸종한 개체군에 관한 전설 중에서 도도와 칼바리아나무 가설이나 다윈핀치에 얽힌 전설보다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마지막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에 관한 전설이다. -48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