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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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등 분야나 연령대에 관련 없이 독서라는 행위를 정말정말 사랑한다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책을 모두 구매해 읽었고재미있게 읽은 책은 여러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내용을 외우겠다고 할 정도로 계속해서 읽고는 한다.(해리포터는 진짜 각 시리즈마다 최소 7번은 읽었다!) 그리고 단순히 흥미나 지식을 채우는 용도로 가볍게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책에서 어떠한 의미나 교훈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책을 한 번 읽고 던져두기 보다는 읽고 간단한 감상을 남겨두거나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넘어서 책에서 풍기는 각자 다른 종이 냄새도 너무 좋고, 책을 넘기는 특유의 소리들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그 책의 범위가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일본이나 서양 작가의 소설로 국한되었다. 예를 들어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나 기욤 뮈소같은 유명 작가들의 소설?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이나 문학작품은 접해본지가 꽤 된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때문에라도 정말 많이 읽었었는데..
이런 때에 기회가 닿아서 전상국의 소설 선집 '우상의 눈물'을 읽게 되었다. 전상국 작가님이 등단 55년을 회고하며 9편의 중단편을 직접 엄선해 묶은 책이기 때문에 한층 더 의미있다.


온전히 내 기준에서, 1900년대나 그 이전의 우리 나라 문학 작품은 내가 선호하는 소설들처럼 매우 흥미롭거나 여운이 남거나 감동적이지는 않다.(예전부터 공부할 때 많이 읽어서 그런걸까..?)하지만 시대별, 작가별로 특유의 분위기와 개성이 드러나는 글들을 읽는 건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읽는 이런 류의 소설은 꽤 좋았던 것 같다.
총 9편의 중단편 소설 중에서 나는 전상국 작가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우상의 눈물'에 대해서얘기하고 싶다. 이 둘 외의 이야기들은 6.25 전쟁이나 무속신앙 등과 관련되어 있거나 조금 더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들이라 내가 이해하는 선에서는 조금 부족한 감상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우상의 눈물의 이야기가 나에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우상의 눈물'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일진 문화, 서열 문화일까 예상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 사이의 물리적 폭력과 더불어 합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위선적인 권력의 폭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주인공 이유대와 반장 임형우, 담임 선생님, 재수파 우두머리 최기표로 간추릴 수 있으며, 배경은 1980년대이다.
기표는 잔인한 폭력을 일삼는 악마같은 아이로 묘사된다. 재수파 아이들을 선동해 별 것 아닌 이유로 유대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담뱃불로 허벅지를 지지는 등의 가혹한 폭력을 가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이미 학교에서도 범죄자같은 아이로 낙인이 찍혀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기표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가 규칙에 반항하는 데에서 통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일종의 존경심을 가진다. 주인공 또한 심한 일을 당했음에도 기표를 미워할 수 없다고 표현한다.
한편 담임은 겉으로 드러나는 명예와 안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초반에 그는 카리스마있고 엄격하지만 학생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담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아이들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학급의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기표를 신경쓴다.
담임은 반장 형우와 합의하여 기표의 부정행위를 주도하는데, 이런 형우의 행동이 기표의 심기를 거슬러 형우는 심하게 맞는다. 하지만 형우는 기표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끝까지 그를 고자질하지 않고, 이를 통해 일약 영웅이 된다. 형우는 적대감을 숨기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의리를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형우의 위선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다. 또한 담임은 기표가 없을 때를 틈타 형우와 함께 반 아이들 앞에서 기태의 약점인 가난과 힘든 집안 형편에 대해 폭로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표는 악마에서 그저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불안정한 아이로, 재수파는 의리있는 친구들로 둔갑했다. 반 분위기는 '실로 화기애애'해진다. 또한 기표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에도 실리고 유명해지면서 영화화도 확실시된다. 하지만 기표는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날에 동생에게 편지를 한 통 남기고 가출을 한다. 그 편지는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담임과 형우는 자신들이 기표를 '구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자신들의 선함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기표의 입장과 감정을 진정으로 고려했는가? 그들은 '선함'과 '합법적 권력'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렸을 뿐, 뒤에서는 기표에게 정신적 폭력을 행사했다. 기표의 잔인함과 무자비함, 담임과 형우의 위선은 무엇이 다른가? 기표가 다른 아이들에게 행한 물리적 폭력도 정말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는 담임과 형우에 의해 시작된 위선적인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교실은 흔히들 '작은 사회' 혹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 당대 사회의 모습이 하나의 교실 안에 여실히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상의 눈물에서 기표, 유대, 형우가 생활하는 교실은 매우 거짓되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그 당시 사회와 현실도 매우 부정적이고 어둡다는 메시지를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우상의 눈물이 나에게 더 와닿았다고 말한 이유는 내가 중고등학교 생활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학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는 수업 방식이나 내용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관계도 중고등학교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실망을 했고 그 때문에 깨달은 것도, 마냥 포기한 것도 많다.(그 과정에서 나의 잘못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위선적으로 행동하고 서로 시기하고,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고 그 소문으로 한 사람을 재단하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더라. 정신적 폭력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지만, 학교라는 배경 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순응과 모순, 위선 등을 보면서 새삼스레 여러가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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