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 미노스의 가족동화
미노스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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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딸이 손녀 하윤이에게 들려줄 동화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도, 더군다나 동화 작가의 세계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에 딸의 그 말에 그저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딸은 진심으로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대여섯 살 때 아빠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다시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용기를 얻어 손주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딸에게도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지어 보내주었습니다. 어른이 되었어도 서경이는 제 딸이니까요...
저는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의 첫 삶이 가족에서 시작되고, 가족의 품에서 생의 마지막을 마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동화'라 해보았습니다.'
자신을 미노스라 칭하는, 손녀를 가진 할아버지가 이 가족동화를 만들어낸 이유는 이와 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간단하고 유치한 동화는 아니다. 그리고 어린이만을 위한 동화도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온갖 이야기는 넘쳐나도, 진정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무언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진정한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든 시기이다.
글 솜씨는 서툴고 이야기의 얼개는 여느 프로 작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미노스는 이런 시대에 사랑이 담긴 마음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19편의 단편을 썼다.
사실 19편의 단편들이 아마추어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매우 흡입력이 있거나 인상깊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에서 할아버지가 딸과 손주에게 전해주고 싶은 예쁜 마음이 드러나 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서프라이즈!'이다. 그 이야기를 읽자마자 우리 엄마 아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올해 들어 결혼 26년째를 맞이했는데, 결혼 기념일을 매년 챙기기는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엄마 아빠, 언니, 나 이렇게 4명이서 외식을 하거나 두 분이서 영화를 보고, 언니와 내가 결혼 기념일 선물을 챙겨 드린다. 그런데 '서프라이즈!'를 읽고 우리 엄마 아빠도 나중에 결혼 기념일 날 리마인드 웨딩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부모님들은 항상 자녀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고, 연애 시절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서로의 소중함은 알고 있으나 갈수록 이를 표현하지 않고, 이것에 익숙해져 당연시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우리 부모님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중에라도 꼭 언니와 함께 엄마 아빠의 리마인드 웨딩을 성사시켜서 두 분이서 어떠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리마인드 웨딩같은 특별한 이벤트는 두 분에게 새로운 감정과 시각을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어린이 동화가 아닌 미노스의 '가족동화'는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부모와 자식, 이성간의 사랑, 시간, 운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독자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받았고, 내 주변, 특히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돌아보게 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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