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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리차드 세넷 지음, 유강은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세넷의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은 무엇보다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과 비교할 수 있다.
두 책 모두 저자의 개인적 체험, 특히 성장과정을 각각 저저의 전공인 정치학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런 유형은 대학에서 교수들이 잘 내주는 과제 유형중에 하나이다. -_-;)
그러나 이 책이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추천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우선 '남자의 탄생'과 달리 이 책의 배경은 미국 시카고로, 학술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모를까 그다지 우리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이 '뷁' (적절한 표현이다) 같다. 책 초반에는 지나친 직역이 눈에 거슬리는 정도 였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번역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역력하다. 어디 하나 예를 들기 민망할 정도로 직역이다. 후반 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보인다. 솔직히 번역기를 가지고 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이다. 역자 유강은이 번역한 다른 책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와 '전쟁에 반대한다' 등을 모두 읽어본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번역 상태가 부실하다.
거기에 몇 몇 문맥상 이해하기 힘든 부분엔(사실 그다지 필요해보이지도 않는다.) 역주가 몇 개 붙어 있긴 한데 차라리 이 역시 안 붙인 것이 나을 정도로 틀린 것들이 눈에 띄인다.
예 p. 246
{Rerum Novarum. '노동 헌장'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교황 레오 13세가 1891년에 발표한 것이다. 지은이가 1871년이라고 한 것은 착오로 보인다.]
연도를 1891년이라고 수정한 것은 맞으나 Rerum Novarum은 '노동 헌장'이 아니라 '새로운 사태' 라는 뜻이다. 교황의 칙어(일본식 표현이지만 달리 뭘 써야하는지 모르겠다.)의 제목은 따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첫 문구를 그 제목으로 삼는다.
역자는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이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_-;
솔직히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번역본보다는 차라리 원서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역자와 출판사측에게 다시 재번역해서 내기를 권하고 싶다.
문예출판사... 철학과 사회학쪽에서 좋은 책을 출판해주어서 고맙긴 하지만... 가끔 이런 어이없는 번역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