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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글은 항상 끝이 참 좋다. 아무것도 남은것이 없고 또 남길 필요도 없다. 남은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면 맞을것이다. 나는 호기심이 참 많다. 그리고 순진하다. 흥분도 잘 한다. 작가가 되기 위한 덕목을 갖추고 있는것이 없다. 김영하의 소설을 보면 나는 안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곤 한다.
우선 구성을 보면 이것저것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것들을 읽는 중에 모두 연결되어 있는듯 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끝에 마무리를 깔끔하고 깨끗하게 해 준다. 해설 같은것은 필요 없다. 그저 내가 읽고 내가 이해하고 내가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김영하라는 사람은 냉정하다 못해 사람을 아프게 할것이다. 그래서 더 좋다. 이게 바로 감추어진 감정 아닐까? 따뜻한 것이 좋다고 겉으로 말하면서 냉정함에 목말라하는.. 마라의 죽음을 설명하는 글 중에 살해 당하면서 지을수 있는 '평온하면서 고통스럽고 증오하면서도 이해하는 표정'을 이해할수 있다. 아마 미미가 동맥을 자를때의 표정 아닐까?
자살을 동경하면서도 동경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코너에 몰렸을때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살면서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