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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피리부는 소년.. 어디선가 들리는 피리소리를 따라서 머나먼 길을 떠나 간다. 나와 함께 조국을 떠나 배를 탄 사람들이 많다.
엄청난 사람들로 인해 선실은 더럽고 역겨운 냄새로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역겨운 선실보다 더 끔찍한 곳이다. 다시 돌아 가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양반 상놈이 따로 없다. 저 배고프면 일을 해야지. 그러나 곧디 곧은 성품으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가슴이 아픈 것 보다야 몸이 아픈 것이 훨씬 낫다. 제 아들 온 몸에 입은 상처를 보고 아무렇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굿이라도 해야 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겠나. 무당이 무슨 장군을 모신다고 하던데 농장에서는 그것마저도 금지하고 있다.
일요일 마다 예배를 하는데 눈치가 빨라야 산다고 이걸 열심히 하니 농장주가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것을.. 종교를 바꿔 보라는 좋은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 이제 학대로 점점 변해간다.
나와 같이 온 사람들 중에서도 잘난 사람은 꼭 있다. 영어 좀 한다고 같은 처지면서 제 욕심 다 채워 가면서 압박을 가한다.
돈만 있으면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텐데...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해 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곳에서도 삶을 꾸려 가고 있었구나.. 정말 입에 풀칠도 못할 돈 받아 가면서 가족을 돌보고 결혼도 하고..
이젠 빚을 다 갚고 나올 수 있다. 그 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차라리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동참하겠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조국을 떠나와서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