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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키 ㅣ 펭귄클래식 60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올리버 해리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흔히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말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저는 중독,을 즐깁니다.
서로 제 잘남을 뽐내는 세상,
그 정신없는 순간 나를 현혹시키는 무언가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기분.
때론 절제가 안되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저는 중독, 중독이 좋습니다.
페리에, 아메리카노, 맥주, 보드카, 책 사들이기,
네이버 중고나라, 알라딘 중고서점, 은단껌 (역시 난 아저씨 취향;), 땅콩캬라멜, 미드, 일드 등등등...
그동안 저를 지나쳐간, 그리고 지금도 지나치고 있는 매력적인 것들.
당신도 무언가에 깊숙이 빠진 중독자 입니까?
당신을 중독시킨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단순히 습관, 취미, 호감의 정도와 중독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중독의 절정의 삶을 이야기한 윌리엄 버로스의 <정키>를 읽었습니다.
단순히 위에서 제가 말한 중독, 보다는 그 위험 수위가 훨씬 높지만
당신이 중독된 그 무언가를 <정키> 속 약물에 대입해 보아도 섬뜩할 만큼 놀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 정말 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우리가 여기 온 것은 그냥 우리 일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p.140)
사실, 약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 중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바로 <바나나피시> 작년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바나나피시>를 읽으며
과연 약물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수위가 어느 정도이기에
자기파괴의 쾌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둘 수 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미국인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뉴욕이 배경이 되는 <바니니피시>의 뒷골목의 풍경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에는 약물을 경험하고 쓴 소설이라 그런지
사건의 진행은 지속되고 있으나, 치밀한 묘사는 많지 않은 <정키>의 성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펭귄클래식의 특성인 물리적인 가벼움!! (매력적!!) 때문인지,
아니면 이야기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음악이 멜랑꼴리한 곡들이어서 인지
낮술을 한 것도 아닌데 글자에 취하게 되더군요.
'겁먹은 육신의 주장에서 순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정키>를 쓴 이의 체험 뿐만이 아닌
<정키>를 읽는 독자에게 까지 이어져서 놀라웠답니다.
약,을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결코 단 1%도 없지만
<정키>를 통해
무언가에 중독,된 자들을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은 생긴거 같습니다.
이해하는 마음, 정말 독서의 최고 미덕이죠.
이렇게 요즈음엔 고전에 중독되어 신간이 뭐가 나오는지는 관심도 없고,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