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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평균 수명이 80살이라고 했을 때,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한다면 나는 지금 어느 시간에 있을까?
20살은 오전 6시, 30살은 오전 9시, 40살은 정오, 50살은 오후 3시, 60살은 오후 6시, 70살은 오후 9시, 80살이 밤 12시에 해당이 된다.
내 나이는 오전 7시 48분. 아침잠이 많은 나는 하루를 아직 시작도 않은 시간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해가 지려하는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나는 진짜로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지"는 인생의 '오후'에 당도했다. 설렘과 희망으로 맥동하는 아침은 저멀리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 당도한 이 '오후'가 그다지 싫지 않다. 이 '오후'의 여유 속에서 가만히 혼자 웃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오후의 시각이 빠르게 주는 점이다.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시간이 줄어든다. (p.06)
인생에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48개의 주제로 쓴 글을 한 권의 산문집으로 묶었다.
지나가는 계절과 그 순간들에 대하여, 인생에서 한 번쯤 돌아볼만한 것들에 대하여, 자신만의 삶의 철학에 대하여 등. 매 주제마다 저자의 생각과 함께 책을 쓴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도 함께 적혀져 있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과 유용함이 더한다.
산책과 책, 햇빛과 바람, 음악과 고요를 사랑하는 저자는 그의 글에서도 고스란히 잘 나타난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연과 계절의 아름다움, 소박함과 단순함의 미학들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나도 나의 인생에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사랑하는 것들이 많은 삶을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닌 소박하고, 단단한 것들이 내 삶을 이루는 요소들이기를 바란다.
그것들을 충분히 사유하고 온몸으로 살아냄으로써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