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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의 탄생 - 중국이 만들어 낸 변방의 역사
니콜라 디코스모 지음, 이재정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학 전체로 보면 유럽중심사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라면, 그 시각을 아시아로 옮겨가면 중국중심의 역사관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는 원나라 등장이전에는 다원주의 문명 체제였다.
책에서 말하는 북방유목민들이 만든 북방문명 고구려를 비롯한 발해 - 고려로 이어지는 동방문명, 남방문명과 서방문명이 존재했고 중국문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물론 원 출현이전 계속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의 중심은 중국이 아니었다. 중국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국의 기록이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 중국이 위대해서라거나 중국이란 국가가 특별히 강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블랙홀도 아니고 중국주위에 있는 민족이 다 그쪽으로 빨려들어갔겠는가….
이 책은 초기 유라시아 유목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고학과 문헌을 두루 검토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내린 전문서적으로 읽기가 수월친 않다.
멍청한 프랑스의 두 분께서 추상화하고 유목민의 하나의 속성을 가지고 확대해석,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든 이상한 책의 일부 내용 때문에 노마드=자유 라는 궤변이 성립되었고, 그들의 추종자들도 멍청한 생각들을 하는데 실제 역사상의 유목민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역사상 존재했던 실제 유목민과 상상의 유목민을 헷갈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책의 원제는 《Ancient China and Its Enemies: The Rise of Nomadic Power in East Asian History》이다.
책을 다 읽어보면 느끼겠지만, 사실 이 책은 북방민족에 대응한 중국의 정책을 중심내용으로 다루었지 저자가 서문에 밝히듯이 '중국 북방의 역사를 문화사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잠깐 차례를 보면, 1부는 유리시아 유목민의 유물과 유적을 살펴보았고 2부는 흉노이전 유목민에 대한 중국의 정책 3부는 흉노의 출현과 그에 따른 한나라의 정책변화 4부는 사마천의 사기를 중심으로 북방민족서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유목민이라고 하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푸른 언덕에서 말들이 뛰어다니고 어떠한 정해진 길도 필요치 않고 철에 따라 이동하는 그런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초기 유목민들의 유적을 보면 반농 반유목, 즉 목축과 농경이 공존하는 사회였다. 수레도 사용하였다. (수레를 사용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이다.) 통합되지 않는 이상은 수 많은 소규모 공동체들이 있었고 분쟁이 있고 (분쟁이 있었으니 당연히)계급도 있었다. 당연히 자기들만의 경계도 존재했다. 정주국가처럼 어떤 경계를 지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흉노족은 각자의 몫으로 토지도 소유했다.(352쪽). 즉, 지가 가고 싶은 대로 막 돌아다니는 게 유목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은 유목민이 정주국가를 공격한 이유가 단순히 만성적인 먹거리 부족문제가 아니라는(231쪽)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책의 문제는 과연 이 책에서 말한 북방민족의 역사를 문화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였냐라는 것이다. 1부에서 다룬 고고학적 성과에 기초한 분석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부부터 4부까지 대체 무슨 근거로 이 책에서 북방민족의 역사를 문화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부의 내용은 단 한줄로 정리할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들의 정책들은 도덕적 관념이라는 탈을 썼으나 사실은 팽창주의에 입각한 실용주의 정책이었다.'라는 것이다. 북방민족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에 대해 각 나라들이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3부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흉노의 등장 그리고 초기 유화정책에서 적대정책으로 바꾼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지 북방민족에 대해 특이할 만한 서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4부에 들어 사마천 이전까지 막연하게 취급했던 북방민족들을 사마천이 실질적인 중국의 역사적 전통 속에 통합시켰다(384쪽)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물론 책 자체로 보면 훌륭한다.
고고학 자료와 문헌 자료를 두루 살피면서 서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던 북방문명이라든가 북방민족의 문화사라든가 하는 느낌의 서술은 어디에도 비치지 않았다. 서술의 중심축은 항상 중국측에 있었지 북방민족에 있지 않았다. 자료가 중국것의 자료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측 자료를 가지고도 북방민족의 측면에서 서술은 가능했을 것이다. 저자가 북방민족에 대해 대한 태도는 여전히 중국의 변방이었다.
저자가 의도했던 것을 과연 이 책에서 얼마나 반영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30%정도라고 밖에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중국과 초기 유목민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생각으로 정책을 펼쳤는지가 중심내용이라고 하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의도와 사실상 책을 펼쳐들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나오는 내용과 일치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결코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라고 평할 수 밖에는 없었던 책이었다.
2009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