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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 ㅣ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6
플라톤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플라톤이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적은 책이 그의 '국가론'이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일까?
플라톤은 정치체제를 다섯으로 분류한다.
귀족체제 → 명예체제 → 과두체제 → 민주체제 → 참주체제
그리고 귀족체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체제는 잘못된 정치체제라고 설파한다.
귀족, 그리고 그 귀족은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철학자란 (플라톤이 말한 바로는)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번역자가 직역이 아닌 의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원저와 얼마나 많이 차이 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역을 잘하여 어설픈 직역보다 읽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석가, 예수가 어떤 설명을 할 때 비유를 많이 사용한 것처럼….
2500년전 위대한 철학자가 하신 이야기에 감히 내가 토를 달 수 없겠지만, 몇 가지 말을 하자면 비유가 무척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예를 하나 적어보면
「국가 체제란 스파르타식의 명예 체제 …(생략) 이러한 체제는 그 나라 국민의 습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옮을 걸세, 그러므로 국가의 체제에 다섯 가지가 있다면 인간의 유형도 그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225쪽)」
국가체제에 따라 인간의 유형도 그와 같다면, 조선의 민중은 노예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선조 같은 군주가 다스리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인가, 노예적 성향 때문에 식민지라는 체제가 되었다는 것인가?
이런 식의 논리적 비약이 심한 것을 몇몇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민주 체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유가 질서를 위협해 혼혈인이든 이방인이든 그리스인처럼 동등해지지.(237쪽)」라고 하거나
「나는 야만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과, …(생략)… 신께 감사한다.(부록 - 289쪽)」이라는 등의 그리스 우월주의를 보여주는 구절도 있고,
「수호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손이 태어났을 경우 그 자손을 일반 집단으로 보내고, 일반 집단에서 태어난 자손이 우수하면 수호자 집단으로 보내야 한다는 걸세.(119쪽)」
「우수한 자는 우수한 자끼리 관계를 맺게 하고 열등한 자는 열등한 자끼리 관계 맺게 하자는 것이 …(152쪽)」
「아이들이 우성인지 열성인지 판가름해 잘못 태어난 아이들은 별도의 시설에 은밀히 조치하는 역할도 해야하네.(153-154쪽)」등의 우생학적 시각을 가진 구절도 있으며,
국가의 수호자(통치자)를 거론할 때 「이러한 통치자는 여자들도 될 수 있네.(220쪽)」
「여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일을 못할 수는 없네. 자연의 천성은 남녀 간에 동일하니까(149족)」라며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훌륭한 수호자라면 상대가 젊었건 늙었건 여자들을 모방해선 안되네.(89쪽)」
「전쟁이나 기타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젊은이에겐 명예나 보수뿐만 아니라 여자와 자주 동침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하네.(153쪽)」
「부인을 소유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 등에 있어 '친구의 것은 나누어 갖는다.'라는 격언대로 하기만 한다면 말일세.(120쪽)」
세 번째의 것은 공산주의 사상과 관계 있다고도 말하는데, 그것보다 나는 부인을 공유한다는 말에 중심을 두고 싶다. 즉, 공유하는 주체는 남성이고 객체는 여성이라는 것이므로 이 말은 지극히 남성 우월주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즉, 남녀 평등을 말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남성우월주의를 나타내어 읽는 독자를 기만하는 것을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이 말한 주장에 대한 모순을 자주 보여준다.
단지 고전이라는 것 빼고는 이 책에서 도대체 뭘 배울 수 있을까.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고려한다고 해도 역시 2500년 전 사람의 사상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9년 08년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