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 2000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책을 한 권 읽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듣도보도 못한 '미네르바'라는 녀석이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갑자기 인기도서가 되었다. (4,500만 국민 중에 과연 그 사람이 구속되기 전까지 그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한낱 쓰레기더미(다음 아고라)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쓰레기더미에다 미사일을 쏘다니 우리나라 관료들의 멍청한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이 책의 작가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성함은 '리오 휴버먼(1903-1968)'. 미국 사람이고, 유명한 폴 스위지와 《Monthly Review》라는 좌파성향의 잡지를 창간하셨다고 한다.
책의 원제는 《Man's Worldly Goods - 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인간의 세속의 부 - 국부이야기》인데, 번역자가 알기 쉬운 제목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936년에 쓴 책이니 약 70년 전 책이다.
20세기 중반도 채 되지 않은 책이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는지...(안타깝게도 나는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쓰레기더미에 있던 똥파리가 추천했다고 해도 책이 재미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재미가 있으니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다.
특히 작가가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 시류와 어느 정도 맞기 때문에 더 탄력이 붙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은 느끼지 못했다.
중세 유럽부터 책을 쓴 20세기 초반까지의 경제사를 쓴 것뿐이다.
경제사를 처음 접하거나 유럽에 대해 관심 있는 초보자라고 한다면 흥미롭게 읽겠지만, 유럽에 관심도 없고 경제사도 아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점은 찾지 못할 것 같다.
저자도 책 첫 부분에 1)경제 이론으로 역사를 설명하고 2)역사로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은 제목이다. 원제인 《인간의 세속의 부》라든가 쉽게 고쳤다고 한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라든가 하는 것은 경제사=유럽경제사 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대중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책 제목은 잘못 지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저자가 20세기 초 사람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너그럽게 넘어가 주자.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쉽게 잘 쓴 작가나 번역을 매끄럽게 잘한 번역자 덕분에 책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