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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종교란 참 골치가 아픈 존재다.
특히 종교에 대한 논쟁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19세기 막스 베버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학자들은 탈주술화를 주장하면서 종교의 종말을 고했지만, 21세기에 와서도 종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THE GOD DELUSION》이라는 발칙한 제목을 내걸고 유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교수가 신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전반부는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저자가 이전부터 주장해왔던 '이기적 유전자'이론으로 신은 없다는 주장을 펼치게 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딱 절반(페이지 숫자로)인 6장까지는 과학적인 논거로 신의 허구성에 대해 주장을 하고, 7장부터 10장까지는 성경의 문제점과 자신이 종교를 적대시하는 이유 등을 적었다.
이런 부류의 책은 많이 나온 걸로 아는데, 유독 《만들어진 신》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시대 대표적 진화론자인 저자의 명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언급하자면,
첫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독교가 미국에서 盛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말기 암 환자 같은 상태에 있는 국가인지는 미처 몰랐다.(그래서 저자는 미국을 '신정 국가'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몇 몇의 예로 미국 전체를 그렇게 파악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과 다른 나라와 차이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자.
조선시대 특히 조일 전쟁 이후, 조선은 성리학이라는 거대한 종교의 압박에 다른 것은 허용되지 않은 종교국가였다. 성리학의 교리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사문난적'이란 어이없는 낙인을 찍어 정계에서 내쫓거나 사형시켜버렸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구한 말부터 시작된 신흥종교가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중심축이 되었다.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수많은 종교가 공존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처음부터 기독교인들이 세운 국가였고, 나라의 역사도 길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 과도기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둘째.
국립 과학 아카데미와 왕립학회의 엘리트 과학자들 외에도 일반 국민 중 교육 수준이 더 높고 더 지적인 부류가 무신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있을까? 몇몇 연구 결과들은 신앙과 교육 수준, 혹은 신앙과 IQ 사이에 통계적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클 셔머는 동료인 프랭크 셜로웨이와 함께 무작위로 선정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믿는가 : 과학 시대의 신 탐구》에 발표한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신앙심이 교육과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종교인이 될 가능성이 적다). 또 신앙심은 과학에 대한 관심과 부정적인 관계에 있으며 정치적 자유와도 마찬가지였다.(162쪽)
19세기를 산 《황금가지》의 저자 프레이저도 미개인에 대해 '미개인이니까 그런 거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것은 19세기 학자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그것도 과학자라는 인간이 이딴 이분법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난다. 미국인의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는다. 우리나라의 50%에 가까운 사람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은 교육수준이 높고 미국인들은 교육수준이 낮아서 그러한가?
일본인들 대부분이 '신도'를 믿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논리대로 하면 쪽발이 대부분은 미개해서 그런가보다. (이런 미친 논리가 세상에 어딨을까?)
셋째.
많은 종교인이 도덕의 척도를 종교(혹은 신)에서 찾는다고 한다.
누가? 어떤 종교인들이? 기독교인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양코배기들 이야기지 전체적으로 일반화할 수 없는 이야기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제자백가들에 의해 善·惡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왔고, 그것은 종교와 무관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야훼를 믿는 신자들이나 그럴 수도 있지, 타 종교에까지 그것을 일반화시킬 순 없다.
넷째.
도킨스는 종교 자체에 대해 적대감을 느끼고 종교 자체를 없애자고 한다.
종교 특히 기독교의 폐해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같이 기독교 신자가 전 인구의 80%에 육박하는 나라, 그리고 다른 셈족 종교를 믿는 국가에서나 해당하는 일이지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적용되지 힘든 문제라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광신도들이 날뛰긴 하지만...) 나는 작가에게 이런 주장들은 셈족 종교를 믿는 나라에 가서 말하라고 하고 싶다.
종교는 인류가 두 발을 걷고 '생각'이란 것을 하면서부터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은 종교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도킨스의 대안은 없다. 단지 종교만 없어지면 된다는 식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그런 면에서는 대안없는 도킨스의 주장은 허공에다 삽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섯째.
책의 번역자는
우리는 도킨스에 비해 논리적으로 철저하게 따지지 않으며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적당히 넘어가곤 하니까 말이다. 뭐 이렇게 핏대 세우고 그래? 누군가 술을 따라주면서 도킨스에게 그렇게 말할 것도 같다. 어찌보면 그것이 동서양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것이 바람직할까?
라고 책을 마친다.
전인구의 절반이 종교를 믿지 않고, 종교인구 중에서도 그 절반이 불교인 이 나라에서 '신이 이러쿵 저러쿵' '예수가 이러쿵 저러쿵'라고 비판하고 욕하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느겠는가. 별 시덥지않는 종교에 일일이 말할 필요가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일일까? 뭐가 잘못된 태도라는 것인가!! 아마 번역자는 자신이 한국사람이 아니라 '양코배기' 인걸로 착각하나 보다.
그다지 유쾌한 책도, 도움이 되는 책도 아니었다.
학술적인 책도 아니고, 재미로만 읽기엔 책 전반부에 머리아픈 용어들이 나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책이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번역도 한 몫했다. (제발, 번역가들도 국어시험을 좀 봤으면 한다. 맞춤법에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맞춤법 검사기에 검사를 해 보든지, 아님 공부를 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