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는 일은
사람은 사랑하려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눈 감는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할 수 없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이 밀려온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꾼다. 미래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이뤄낸 후엔 함께 살아가며, 함께 늙어가며, 함께 눈 감는 날을 꿈꾼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순간은 전부 소중하다. 희로애락이 있어 의미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였던 화사한 색감의 표지 일러스트가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렇게 찡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가장 예쁜 순간의 모습이 담겨 있어 더 가슴에 진한 잔상으로 남는다. 처음부터 행복한 결말은 아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사랑하는 연인이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겠구나, 생각하니 어쩐지 읽기가 조금 두려웠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랑 기록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역시 사랑하는 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조엘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예지몽을 꾼다. 두 번의 연애 끝에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저 얽매이지 않는 관계만을 이어오던 어느 날,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어찌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인지 여자가 봐도 참 예쁜 사람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조엘은 그 예쁜 사람, 캘리와 함께 살며 사랑을 한다. 사랑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랑을 막을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아름답게 사랑했다. 그리고 조엘이 가장 두려워했던 꿈을 꾸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사랑에는 늘 쉬운 선택과 간단한 해결책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사랑에는 언제나 힘겨운 노동과 어려운 결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희생하고 싶지 않더라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손에 쥘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293쪽
뼈를 때리는 직언에 멍하니 활자만 보고 있기도 여러 번이었다. 좋은 말은 왜 그렇게 많고, 좋은 순간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재치 있는 상황도, 유쾌한 분위기도 전부 마음에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애절하고 애틋해 가슴이 죄어드는 것만 같았다. 조엘은, 캘리는 그 무수한 그리움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던 걸까. 사랑하는 그이와 이렇게 사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슬퍼서 잠이 다 안 올 지경인데 말이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는 사랑. 소설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랑 현실에 있다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 현실에는 없길 바라지만 분명 어딘가엔 존재할 것이다. 조엘과 캘리 같은 연인이.
아주 오랜만에 외국 문학을 후루룩 읽었다. 끝을 알고도 마지막까지 숨차게 읽을 수 있던 건 작가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어쩜 이렇게 강약 조절 잘해서 글을 썼는지 감칠맛이 아주 훌륭하다. 연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 같다. 마냥 예쁘기만 한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가슴 깊게 새겨질 사랑은 분명하다. 원하고 바라는 사랑은 절대 아니지만. 책을 덮고 나니 사랑하는 그이가 더 보고 싶어진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