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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평점 :

농구는 좋아하지만 재능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는, 그리고 유급을 걱정하는 13살 캐시.
게임을 좋아하지만, 주변 모든 상황에 불만 가득한 12살 쌍둥이 남자아이 피치.
설계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 생각하는 12살 쌍둥이 여자아이 버드.
이 셋이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두번째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의 주인공들이랍니다.
<안녕, 우주>를 쓴 작가님의 두번째 뉴베리 수상작이다보니 더 많은 관심이 가는 책이었어요.
12살 남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우리집 12살도 읽고 있어요.
1986년 챌린저 호의 발사가 기대되던 시절의 미국이 배경이라는 점이
우리집 12살 아이의 시선을 끌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12살 남자아이 피치라는 점에서 많이 끌려서 읽기 시작한 듯 해요.
저 역시 10대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기에, 이 아들을 이해해보려고 같이 읽었네요.

미국에서 챌린저호 발사라는 소재는 여기에 관심이 많은 살롱가 선생님의 이끔 아래
책 전반에 펼쳐지고 있지만,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챌린저호 이야기라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관계, 그리고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 같아요.
설계도 그리기를 좋아하는 '넬슨 토머스 가족'의 한 구성원인 버드는
가족 역시 복잡한 기계로, 톱니가 잘 맞물려 움직인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제일 큰 오빠인 캐시의 손목이 부러지는 사건을 겪으면서
이들 가족의 삐거덕거리는 모습이 드러나요.
으, 왜 날 가만두지 못하는 거야? 피치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 버리고 싶었다.
짜증 나는 가족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는
중요한 우주 임무를 띠고 나가서 세뇌당한 백시언 무리와 싸우는 일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다.
아빠, 엄마, 동생.....
온 식구가 좀 꼼지락거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투덜거렸었는데....
그때 아들이 딱 저 마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왜 나는 생각은 존중해주지 않는거지? 라는 생각도 들구요....
여기 나오는 피치처럼 우리 아들래미도 본인만의 이유가 분명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삐거덕거리는 가족 안에는 아이들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부모 역시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요.
부모는 아이들에게 아닌 척하지만 아이들 눈에는 다 보인다는 것.
아무리 논쟁이라고 포장해보아도 싸움은 싸움일 뿐.
남탓하는 것만큼 좋지 않은 모습도 없는데, 그 모습을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장면.
남편과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느낀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훅 들었었네요.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면 항상 중간에 누군가가 상대에게 나쁜 부모라고 욕했다.
그러면 그때부터 싸움-그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논쟁'-의 정말로 험악해졌다.

질서 있게 공전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다.
어느 시점에서 각자의 궤도로 흩어졌는데,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부모의 모습을 보며 10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우리 현재 가족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아직까지는 흩어지지 않고 잘 공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아들.
재택근무하는 아빠는 아빠방으로, 동생은 학교로, 나는 내방으로, 엄마는 엄마 볼일보러....
우리는 이러지 말자고~~ 아들의 말 한마디에 감동 받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온 식구가 집에서 붙어 있다보니,
저희 가족 역시 서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를 읽다보면
여러가지 질문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참 많은 책이네요.

모두가, 특히 버드가 챌린저호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그 때,
챌린저호는 불행한 사고를 겪게 되고....
이 사고가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버드에게는 너무 큰 좌절이 되어버렸죠.
자기중심적으로 가족을 바라보아 늘 불만이었던 아이들.
하지만 챌린저호 사고를 계기로 가족들은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함께 요리하고 좀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점차 가지게 되요.

가족. 듣기만 해도 기분 좋거나 먹먹해지는 단어.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가 원제이지만,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라는 부제가 더 많이 와닿네요.
책을 읽다보면 여러사람의 수많은 생각들로 잔잔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