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말 하얀 말 단비어린이 그림책 2
차오원쉬엔 글, 치엔이 그림, 김선화 옮김 / 단비어린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그림책을 읽어보았다. 제목은 『검은 말 하얀 말』.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라는 차오원쉬엔이 글을 쓰고 루쉰 작품 전집의 목판화로 매우 유명하다는 치엔이가 그림을 그렸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데다 문화적 자신감도 넘치는 나라다. 하지만 그 동안 나는 중국 작가의 글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고 게다가 중국의 아동문학은 처음으로 접해보는 참이어서 첫 시도로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고민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마침 우연히 중국통인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 분이 차오원쉬엔이라는 작가를 추천해 주셨고 마침 그 작가의 책 중에 최근 출간된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큰 고민 없이 '나의 첫 중국 아동문학책 독서 대상 작품'을 결정할 수 있었다.

아동문학은 말 그대로 아동을 독자로 하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며 그 메세지를 전하는 방식이 굉장히 단순 명료하다. 이 책, 『검은 말 하얀 말』도 마찬가지다.

검은색과 하얀색. 한 눈에 봐도 확연히 대비되는 극과 극의 외모를 지닌 말 두 마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망아지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터라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지고 이들의 운명은 갈린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세월이 흐른만큼 이들의 처지도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이들을 대하는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말과 하얀 말이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전에 아동문학가 김서정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김서정 선생님이 전해주신 이런 저런 흥미로운 이야기 중에서 이런 것이 있었다. '아동문학은 실제로는 어른이 아동에게 특정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이야기'라는 것. 물론 문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아이에게 어떤 아동 문학책을 사줄 지 선택하는 것은 어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김서정 선생님의 말씀은 백 번 옳은 것 같다.

『검은 말 하얀 말』을 읽으면서 나는 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중국의 아동문학책 딱 한 권 읽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라는 사람의 글이므로 어느 정도 대표성은 띠고 있다는 가정 하에- 중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심어주기를 원하고 있는 지, 혹은 중국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많은 아동문학책이 강조하는 메세지와 대동소이했다. '한 존재와 존재 사이의 믿음은, 이들이 지닌 조건이나 상황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내가 『검은 말 하얀 말』을 읽고 난 후에 얻은 교훈. 아마도 모든 집단이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집단에 따라 '악'과 '선'에 대한 정의가 달라 구호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처럼 같은 메세지라도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그 메세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현실에 반영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아동문학을 읽고 갑자기 너무 심각해져 버렸는데, 여하튼 이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봄직한 책인 것 같다(사실, 삽화가 대체로 어두운 톤이라서 정말 어린 독자들은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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