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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평점 :
미술관련 서적을 이미 여러 권 낸 바 있는 저자가, 다시 한 번 그림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미술사가, 조이한의 『그림, 눈물을 닦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첫 장을 펼쳤다.
저자는 서문에서 '작품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이나 미술사적 의미를 따지는 글이 아니라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마음을 끌었던 작품들을 놓고 오래 생각하면서 쓴 글들을 모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같은 글을 읽거나 같은 그림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해석하게 마련이다. 가령, 어떤 그림은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가슴 아린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칠 것 같다면, 세상에 나를 소리쳐>, <주저된다면, 사랑마저 반역할 것>, <치유할 수 없다면, 차라리 껴안아 버려>, <사는 게 곤욕이라면,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봐>, 이상의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술작품들을 펼쳐보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인생이 힘들다고요? 되는 일이 없다고요? 외로워하지 마세요. 그런 일은 당신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예요.'라는 메세지를 건네는 듯하다.
일면 아름다워보이는 세상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아름다운 세상의 한 귀퉁이에는 분명 어둠이 숨어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지니고 있는 고민과 괴로움. 이것을 극복하느냐 극복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마음을 위로받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쩌면 대책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는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괜찮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지금 일어난 일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될거야.'라는 식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위로가 입발린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고,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실적인 제언을 제공해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생채기가 난 마음을 거즈로 덮어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역할은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너는 지금 상처입은 게 맞아. 하지만 그 상처 때문에 너무 슬퍼하거나 절망에 빠지지는 말아. 용기를 내서 그 상처를 대면하면 어떨까? 왜냐면 상처를 입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너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까.'식의 위로를 건네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적이고 씩씩한 위로를 건넨다고나할까? 이런 방식의 위로는 현재의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롤랑바르트가 말했던 풍크툼(punctum)을 여러 번 언급하는데, 풍크툼이란 '오직 나에게만 섬광처럼 꽂혀 가슴을 흔들어 놓는 것, 뭔가에 찔린 상처럼 아파오는 것(20p.)'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미술 작품을 보며 느끼는 감동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도 풍크툼으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솔직히 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눈물을 닦다』에 소개된 몇 몇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는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못 느끼지만 감정이 정화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적어도 저자가 내세운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충족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