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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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꽃무늬 바지 ㅣ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2
바버라 슈너부시 글, 캐리 필로 그림, 김수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가끔 친척들이 오셨지요. 그중 왕고모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야무지시고 얌전하신 할머니셨지요. 제가 초등학교 때였을 겁니다. 언젠가부터 고모할머니가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치매에 걸리셨다고, 엄마가 가셔도 알아보지 못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처음 전 치매라는 병을 막연히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와 손녀 리비는 단짝친구처럼 친합니다. 함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함께 정원에 꽃도 가꾸지요.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해바라기랍니다. (책 표지에도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있네요.) 햇살 따뜻한 날이면 밖으로 나가 함께 새소리도 듣구요. 새에 대해 많이 아는 할머니는 리비에게 새이름들도 잘 알려주지요.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할머니가 옷을 이상하게 입은 걸 알아챕니다. 줄무늬 셔츠에 꽃모늬 잠옷바지. 리비는 그 옷차림이 맘에 들어 할머니와 똑같이 줄무늬 셔츠에 꽃무늬 바지를 입어요. 할머니는 책을 읽어주다가 어떤 단어를 읽지 못하고, 할머니가 좋아하던 새 이름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할머니가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옷을 잘 맞춰입지 못하고, 음식을 만든뒤 냄비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리비는 할머니가 집에 불을 낼까봐, 많이 아프신 건지, 혹시 돌아가시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 뇌가 건강하지 않다고 말해줍니다. 알츠하이머란 병에 걸린 거고, 뇌가 병들었기 때문에 뭐든 잊어버리고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구요. 그리고 이 병은 의사선생님도 뇌를 낫게 하거나 기억력을 좋게 해줄 수 없다는 것도 말이예요.
리비는 갑자기 겁이 납니다. 자기도 옷을 잘 맞춰 입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들은 그 병에 걸리지 않고 옮기지도 않는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언젠가 할머니는 아주 쉬운 일도 잊어버리고 못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 우리가 할머니가 못하시는 일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은 산책하다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된다고도 말이예요. 갑자기 화를 낼 수도 있구요. 그럼 아빠가 할머니가 진정할 때가지 조용히 이야기할 거랍니다.
이제 리비는 할머니가 왜 예전에 알던 새이름과 단어들을 잊어버리는지, 이상한 옷을 입는지 알게 되었어요. 할머니가 슬퍼 보이면 꼭 안아주고, 정원 산책도 함께 하고, 할머니에게 배운 걸 할머니에게 다시 가르쳐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면 할아버지나 엄마 아빠께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면 되지요.
예전처럼 변함없이 리비와 할머니는 정원 벤치에 앉아 새들을 구경합니다. 할머니는 리비를 꼭 껴안아줍니다.
"리비, 할머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으면 절대 안된다."
아직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을 때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녀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을 거예요. 할머니와 리비가 꼭 끌어안고 있는 장면, 짠한 마음이 스칩니다.
우리에겐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이 병. 서서히 알츠하이머 증세가 나타나시는 할머니를 곁에서 보며 할머니를 여전히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손녀를 통해 가족 중 누군가 이 병을 앓게 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혹은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는지 알기 쉽게 들려줍니다.
점점 더 많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병을 앓고 있습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지요. 아이들에게 변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에 놀라지 말고, 무서워 말고 이해하고 가족으로 도와줄 수 있는 마음.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배워야겠지요.
가까운 분이 이 병을 앓고 계신다면,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게 꼭 읽어주시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