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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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7
작가의 말
언제나 그랬듯이, 내 몸에 머물렀던 소설은 가장 먼저 내 존재를 변화시킨다. 눈과 귀를 바꾸고,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바꾸고, 아직 걸어보지 못했던 곳으로 내 영혼을 말없이 옮겨다 놓는다.

P.62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 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 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 한다거나, 잊어 준다거나, 용서 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 해낼 수 있으며-소화해내야만 하며-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물론 그때 내가 이와 같은 논리적 형태로 생각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생각의 얼개 만은 분명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시에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만큼이나 쉽고 명료했다. 누이의 참혹한 참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했다. 그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 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 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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