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적 구성, 밀도 높은 문체로 들뢰즈 철학의 '주름'들을 팽팽하게 펼쳐보인다. 그리고 고이 접어 나빌레라. 정동과 속도, 리듬 같은 그동안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개념들(연구서 단행본 기준)을 두루 활용해, 들뢰즈 철학의 전체 얼개를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 미술 미학과 영화 이론들 역시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데, 이 역시 들뢰즈 철학의 전체 구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골법용필 등 중국 미학 개념들과 들뢰즈 철학의 접점을 설명하는 대목은 아주 흥미롭다. 저자의 솜씨라면, 들뢰즈 철학의 주름 펼치기와 접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으로 저자 자신만의 주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들뢰즈 철학를 갱신하는 작업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훌륭한 저작이다.
차이와 타자를 열쇳말로 삼아, 들뢰즈를 중심으로 현대 프랑스 철학을 재구성한 연구서. 세 가지 읽기가 가능하다. 첫째는 이 책 자를, 빼어난 문체로 직조된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음미하며 읽는 것. 둘째는 들뢰즈 등의 난해한 현대프랑스철학의 개념들을, 저자가 제시하는 문학 등 풍부한 예술적 예시들을 통해 이해하는 것. 셋째는 두번째 읽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지점인데, 예시 들기와 설명하기의 이면.심층에는 들뢰즈 등 현대프랑스철학에 대한 저자만의 엄격하고 치밀한, 체계적인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을 읽어내는 것이 세번째 읽기. 어떤 방식으로 읽더라도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저작.
들뢰즈의 '의미의 논리'를 중심으로 들뢰즈의 전체 철학의 기본 구도를 보여주는 강의록. '의미의 논리'와 '차이와 반복'은 자매편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호 연속성을 지니므로 '차이와 반복'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출간된 지 20년 이상 훌쩍 지난 책이지만, 공가능성, 가능성 등 들뢰즈를 넘어선 들뢰즈, 혹은 최신 들뢰즈 연구의 흐름을 선취하고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정우 교수 특유의 넓은 시야, 스펙트럼이 이 강의록에서도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