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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내가 할게 - <책과아이들> 25년의 기록
이화숙.강정아 지음 / 빨간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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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대표의 이야기이지만 서점에 한정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지속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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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메이커스 - K팝의 숨은 보석, 히든 프로듀서
민경원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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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 문화지만, 기획사에 의해 철저하게 키워진 이미지 때문인지 그들의 역량이나 음악성을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가 아이돌 노래에 딱히 흥미가 없다ㅜㅜ 몸치에다 노랫말에 서사가 있어야 편안한 옛날 사람이라서 리듬 타는 건 고사하고 '픽미 픽미' '티티 티티' 같은 단어로 반복되는 단순한 가사가 우선 와닿지 않는다(와닿겠다고 쓴 가사가 아닌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티티).

 

그런데 어느새 동남아, 유럽, 아메리카에서 국내 가수들의 초대형 콘서트가 열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흔해졌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은 한국 최초로 빌보드차트 7위에 오르기까지! K팝이 팝의 본고장에서까지 공감을 얻고 사랑받는 모습이 신기하고 궁금한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아니, 정확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K팝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됐다. '와, K팝에 관한 책이 나오다니!' 하는 놀라움이 앎의 호기심과 필요성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동안 K팝을 다룬 책이 사회현상이나 트렌드 분석, 대중음악사의 한 부분, 또는 특정 스타들에게 집중했다면, 이 책은 2018년 현재 가장 뜨거운 히트곡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프로듀서들을 만나본, 생생하고 핫(!)한 인터뷰집이다. K팝을 세계적 현상으로 만든 이들 프로듀서는 단순한 작곡가를 넘어서 가수 및 앨범의 컨셉을 조율하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소속 가수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작업의 방식과 원칙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꾸밈없고 명쾌한 답변들이 형광초록색의 올컬러 페이지마다 펼쳐져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해당 프로듀서의 음악을 BGM 깔고 읽으면 귀호강까지!)

 

프로듀서들의 서로 다른 매력과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음악 경력이나 선호하는 장르, 곡 작업을 하는 방식도 다양해서 누구는 비트와 트랙을 먼저 짜고, 누구는 가사나 키워드를 먼저 떠올리고, 또 누구는 분위기를 그리고 멜로디로 표현하는 식이다(놀라운 기술이다.....). 작업 방식이 꽤 구체적으로 나오지만 비전문가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이런 곡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음악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곤 했는데, 창작의 과정을 조금 엿본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공통으로 느껴지는 자세라 해야 할지, 철학이라 해야 할지, 하는 뭔가가 있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책에는 피독, 런던 노이즈, 포스티노, 이우민 등 4명의 대형 기획사 프로듀서 외에도 현역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씨엔블루 정용화, 어반자카파 권순일, 슈퍼프릭 진보, B1A4 진영, 그리고 이 시대 최고 프로듀서로 꼽히는 김형석 등 반가운 인터뷰이 또한 만날 수 있다. 이들 K팝 메이커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소통 능력, 새로움에 열려 있는 자세가 지금의 K팝을 있게 했다는 수긍과 함께 나 또한 새롭고 낯선 영역에 열려 있으려는 노력을 일부러라도 해야겠다 싶다. "사람들은 이걸 왜 좋아하지? 왜 나는 마음에 진동이 오지 않지? 내가 이걸 너무 오래 했나?" 하는 고민을 계속하며 닥치는 대로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는 작곡가 김형석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작곡가로서 내 음악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 노래를 부르는 대상이에요. 결국 대중이 음악을 듣는 건 이 ‘사람‘을 통해서잖아요. / 작곡가 김형석

다른 사람한테 곡을 줄 때는 양보 전문이에요. 그 사람이 바라는 것 위주로. 대신 음악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하고만 작업하죠. 말이 통해야 실력이 통하고 교집합이 생겨나는데 서로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잖아요. 인순이 선배님과 이야기해보니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하게 작아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 건 기분 좋은 작아짐이죠. / 슈퍼프릭 진보

아티스트별로 곡을 쓸 때 이전에 발표한 음악을 쭉 들어봐요.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죠. 사실 장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엑소와 레드벨벳의 음악은 완전히 달라서 아티스트에 맞는 음악인가가 중요하죠. / 런던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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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식물 - 백은영 식물 드로잉 산문집
백은영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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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배운 지 한 달 남짓 되었다. '보이는 것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깨달은 건 '제대로 본다'는 것의 어려움과 본 것을 종이 위에 '제대로 옮긴다'는 것의 어려움이었다. 외부의 대상과 나 사이, 그리고 내 안의 시각과 손의 운동신경 사이는 무척이나 멀고 팽팽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새 균형이 무너졌다. 그동안 보거나 움직였다고 생각한 행위들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대충 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후 드로잉북을 보는 게 더 좋아졌다. 무심하게 보아온 그림들이 세심하게 관찰하고 많은 품을 들인 결과였음을 알겠다. 작가가 정성을 기울여 그린 대상이,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라는 것도. 『다가오는 식물』은 마음에 머문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며 그 매력을 몇 년째 그려온 작가의 식물 드로잉 모음이다. 예쁜 판형의 책을 펼치면 모양도 색깔도 이름도 다채로운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는 초록 정원으로 초대된 기분이다.

 

드로잉에는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법. 꽃송이 안의 꽃술, 가느다란 줄기, 이파리와 잎맥의 형태와 빛의 영향으로 인한 미묘한 색채 변화가 꼼꼼하게 표현되어 제목 그대로 식물들이 꿈틀대며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백에는 평화롭고 담담한 단상이 함께 실려 식물이 못다한 말을 전하고 있다. 짧지만 여운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그림을 곰곰히 보다보니 문득 내가 키우고 있는(아니, 주인의 방치로 알아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그리고도 싶어진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표정, 분위기, 줄기의 휘어짐, 잎의 방향과 막 돋아나고 있는 새잎, 시들어가는 모습까지. 어느새 식물의 말없는 평화가 내게 다가오고 있다.  

 

선인장 /

바꾸려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나를 나답게 하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방크시아 /

행복과 기쁨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

행복이나 즐거움이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었으면

내가 그런 좋은 기운을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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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피부 - 이건수 미술산문집
이건수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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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분야인데 『미술의 피부』라는 예측 안되는 제목에 끌리기도 했고 '미술산문집'이라는 점도 부담이 덜했다. 천천히 산책하는 호흡으로 미술의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 저자가 전 <월간미술> 편집장이라면 틀림없이 중요한 풍경을 보게 될 테니까. 기대는 적중했지만 예상치 못한 울림이 더 크게 남았다. 그것은 이건수라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여운이었다.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예술의 현실에 대한 사색이자 비판'이 담긴 만큼, 상업화에 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이 보여주는 미술의 풍경은 씁쓸했다. 저자는 지금이 '한국미술의 중세기'일지도 모르겠다며 작가, 감상자, 비평가, 교육, 정책 및 대중매체 등 미술계를 이루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작가에게는 타협 없는 순수함을, 감상자에게는 예리한 안목을, 비평가와 매체는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고유한 관점을 지녀야 함을 강조하고,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정책과 대중의 예술화를 이끄는 교육 또한 당부한다. 무엇보다 현 자본주의 체제를 새롭게 의심하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작 미술계가 읽어야 할 이 책이 무관심 속에 폐기될 것이라는 저자의 확신에 가까운 전망이다. 그럼에도, 허공에 외치는 일이 될 줄 알면서도, 끝내 글을 쓰고 엮어 책으로 내고야 만 저자의 절박함과 집념이 페이지 곳곳에 가득하다. 이는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고,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사랑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미술에 관한 세세한 논의보다 이건수라는 사람 자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묘한 독후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던졌던 곳의 바깥으로 밀려나와 그 표면을 쓰다듬어 확인하는 일의 쓸쓸함이 책 제목에서 묻어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문장에 미술계와 무관한 나도 왠지 모르게 든든하고 감사해서 우러러보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나와 무관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본질에 가까워지려 애쓰는 것, 타협하지 않고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면 우리 모두 삶의 예술가가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일 테니까. 결국 예술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다른 형식이고, 저자는 당당하고 품격 있는 태도로 이에 답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어둠 속에서 길을 더듬는 나는 그 뒤를 부지런히 좇아 갈 일만 남은 것 같다.

 

예술의 사회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획일화된 지구촌 논리 속에서 자본주의가 궤도에 오르던 초기의 여러 해석을 지금 새롭게 읽어야 한다. 우리는 마르크스를, 베냐민을, 니체를, 프로이트를 다시 읽어야 한다.

오만한 얘기이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세계미술의 현장을 가장 많이, 그리고 널리 목격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무런 쓰임을 받지 못하는 잉여인간일 뿐이다. 정치적이지 못한 내 성격과 쓸데없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전부인 나의 무능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잉여로 남아 있고 이 허망한 무용자의 시간은 짧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자존심을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존심은 얼마나 높아질까가 아닌 얼마나 낮아질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예술이 대중의 삶과 피 속에 녹아 들어가는 것, 예술의 수적이고 외적인 확산이 아닌 질적이고 내적인 잠입이 일어나는 것, 나는 그것을 ‘대중의 예술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의 삶이 예술적으로 계속해서 열려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과 예술이 하나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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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 개정판
문강형준 지음 / 북극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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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절이 팍팍할 때는 동시대와 함께 하는 책이 간절해진다. 지금 내가 어떤 처지에 놓인 건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희망은 있는지에 대해, 현 상황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책. 그의 객관적 거리두기가 독자인 내게도 현실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쉴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감각의 제국』은 문강형준이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문화비평집이다. 마침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칼럼을 모았으니 숨통을 틔우는 데 이만한 책이 없다.(탄핵으로 마감된 박근혜 정권을 갈무리하며 읽기에도 딱인 것 같다 >_<)

 칼럼의 소재들은 연재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사회문화 현상을 포괄한다. 20대 총선, 세월호 참사, 강남역 살인 같은 무거운 시사부터 일베, 여혐, 흙수저, 갑질, 젠트리피케이션 등 새롭게 등장한 사회문제, 화제가 된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도서, 패션 등이 줄줄이 거론된다. 저자는 이처럼 일상적이고도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고 본질을 규명하는 데에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좀비서사로 신자유주의의 인간상을 읽어내고 중년들의 등산복 열풍을 극심한 소득불균형 현상과 연결하는 식의 날카롭고 신선한 사유들이다.

 그리하여 흩어져 있던 칼럼들을 한데 모은 이 한 권의 책을 쭉 읽어나가다 보면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너무 크고 넓고 깊어 그안에 몸담은 채 허우적대기 바빴던, 헬조선이라며 막연히 절망했던 '한국 사회'라는 것의 현 실체를 어렴풋하게나마 큰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여러 곳에서 대학교재로도 쓰이고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다. 일상을 다시 보게 하는 감각, 흔히 접하고 누려 온 문화 현상의 심층에 어떤 본질과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지 재차 생각해보는 감각을 책을 통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니까. 

 책 제목도 그래서 '감각의 제국'이다. 모오든 것을 감각하자. 그리고 그 감각의 힘을 새로운 삶을 만드는 무기로 삼자.


아무리 가볍게 보일지라도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세상을 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혐오를 야기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은 곧 우리의 일상적 감각, 우리의 정치적 감각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특정한 이야기는 그래서 특정한 감각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을 『감각의 제국』이라고 지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의 특정한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특정한 현실의 ‘감각‘, 그리고 다시 그 감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실제적 ‘현실‘간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나고, 살고, 죽는다. 우리는 그러한 ‘감각의 제국‘속에 사는 신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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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새롭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고, 익숙한 것을 달리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틀에 박힌 생각을 깨고, 과감하고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고, 그래서 한국의 억압적이고 위선적이고 관습적인 문화가 내게 요구하는 의미화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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