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소설가 만들기
오에 겐자부로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1. 
  책읽기는 나에게 구원이었다. 
  2005년. 서른 다섯의 나는 외로와졌고  그냥 열심히 사는 것에 지쳤다. 
  애키우고 병원일하고 이일저일하느라 매일매일은 바쁘고 뭔가 한것 같은데 
  지나보면 .. 뭐했나.. 하는 회의가.

  그때 책이 나에게 왔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를 만났다. 
  아이와 나를 성장 시키는 일 두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오에는 두가지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였다. 

 오에의 큰아이는 뇌손상으로 인한 자폐증에 걸렸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를 이해하기위한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자신이 해야할 일로 정한 오에의 마음을 
 엄마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2.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 
 오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비롯 자신의 인생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책머리에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의 구원의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 구원을 받는 기분이다. 
 

  오에를 비롯한 작가와 작품에 의해서.  

 

 3. 욥기에 나왔다는 구절.. 
 '나 혼자만 살아남아서 당신에게 고하기 위해 찾아왔소..'
 

  20세기 소설의 최대 원리라고 지적한 이 구절을 보며 
  내가 느낀 구원이 이거였구나란 생각을 했다. 
  나 혼자만 살아남아서.. 당신에게 고하기 위해.. 찾아 왔소. 
  살아가면서  내가 잘 살고 있나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다른사람들은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버리며 살고 있는데 
  나는 나만을 위해 살고 있구나란 부끄러움이 들기도 한다. 
  나 혼자만 살아남은 것 같은 부끄러움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는 나와 비슷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을 보고 
  그 주인공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고하러 찾아온 친구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반가움에 들뜬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안고 기댈만한 누군가에게  

 고하러 찾아가는   주인공..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나의 모습.  

 

 3. 나의 해방  
  오에는  블레이크와 엘리엇, 오든 등의 시에 이끌려온 자신을 설명해준다. 
   블레이크에 이끌린 오에를 이어 나도 블레이크에게 이끌린다.

   인간은 일하지 않으면 안 되고, 슬퍼하지 않으면 안 되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되고,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곳에서 
   찾아온 어두운 골짜기로, 노동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오에는 블레이크에 이끌리는 과정을 ‘새로운 인간이여, 눈을 떠라’라는 소설에 
   담았다한다.  블레이크가 삽화식으로 그림을 그린 단테의 신곡에 이끌린 과정은
   ‘타오르는 나무’에 썼다 한다. 긴급하게 피난하는 작은 배가 항구에 들어가듯이 
   인생의 폭풍을 피해 시인들의 품안에 몸을 숨긴 것이다. 그리고 그 시인이 준비해 준 
   항구로부터 빠져 나오려고 결심했 던 때 오에는 소설을 쓴다. 
   나도 오에가 마련한 항구에 몸을 숨겼고 다시 출항할 의지를 갖추었다. 
   어린시절을   기억해보고 스무살을 기억해보고 서른살을 기억해보고 .. 
   그 기억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그리고 무언가 다짐을 하며 
   일을 도모한다. 

   오에가 이끌린 사람중에는 어드멘이 있다. 문학 텍스트를 사회적인 문맥으로 
   읽어   나가는 어드맨의 방법은 오에에게 낯익은 것었다한다. 
   오에는 루카치를 제외하고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문학 이론과는 거리를 두고 
   써왔다한다. 그래서 마르크스 레닌 주의의 문학 이론에 대해 무지를 지적당하곤 
   했다한다. 
   나는 규탄하는 것보다 지지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공격적인 말보다 기다리는 말에 
   익숙하기도 하고... 오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의지가 굳은 사람으로서 
   나를 지지해주고 기다려준다는 기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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