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난 당신이 나만을 맛보길 원해요.

이대로의 나를 맛봐 주세요.

한 점도 남기지 말고.

접시에 묻은 국물까지 빵으로 싹싹 닦아 먹어요……,”(53)

 


 

처음 치킨의 50가지 그림자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이지 육성으로 웃어버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독자는 아니지만, 그걸 이렇게 재치있게 비틀다니!

제목만 보고도 빵 터지게 해준 책! 더구나 11닭을 하고 있는 치킨애호가로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

 

 

책을 받아들고 보니, 기대했던 패러디물 특유의 B급 감성이랄까 하는 것은 없고 단단하고 고급지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일한 B급 감성은 책과 함께 도착한 광고 전단지 ㅎㅎ

배달치킨 광고전단지를 패러디해내 책의 본질을 광고에서까지 실현해낸 출판사에 박수를!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맛있어져 간다”(56)

 

 

 

 

책 표지는 원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색감이 다르다. 비교적 차가운 채도의 원서 표지와 다르게, 한국판은 붉은 느낌을 더해준 것 같다. 반짝거리는 표지 코팅은 치킨을 노릇노릇 더 기름져 보이게 한다. 내 눈에는 원서 치킨사진보다 한국판 치킨사진이 더 먹음직스럽다.

   

당신은 정말 근사한, 완벽한 닭이야. ... 날 믿나?”(76)

 

어디 한번 웃겨 보시지, 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처음에는 당황했다. 음 뭐랄까.

당황스러울 만큼 야하기도 해서 뭐지, 이제 닭을 닭으로 볼 수가 없어....., 게다가 책에서는 닭, 영계 아가씨가 감정을 느끼니까 비건도 아니면서 앞으로 닭을 어떻게 먹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을 치르듯 책을 보기 전 시켜놓은 치킨은 입으로 들어온다. 맛있다. 기본적으로 치킨은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웃기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

 

이제 꼭꼭거려 봐.”

그가 명령한다. 나지막한 목소리다. 그 말에 복종해 나는 부리를 벌리지만 멱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린다. (91)

 

안전 신호가 뭐라고 했지, 영계 아가씨?

노릇노릇내가 중얼거린다. “내가 거의 익어 간다 싶으면 노릇노릇이라고 하는 거죠.” (178쪽)

 

평소 웃을 일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이 책을 한번 들춰보면 좋겠다. 그런 엄숙주의, 매사에 심각할 필요 없다는 깨우침을 준달까. 게다가 패러디 대상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진지한 성애조차 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웃음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거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정말이지 낯뜨겁게 야하다!

...인용은 생략하겠다.

  

  

 

단순히 성애소설을 요리책으로 패러디했다, 는 사실 말고도 실제로 50가지 레시피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중급 이상의 요리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이 또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구체적인 레시피는 아니고, 또 한국인에게는 좀 익숙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재료 이름들을 보면 조금 당황스럽다. 코리앤더, 드라이셰리, 오레가노, 토마토페이스트 등.

한국인은 끓이거나 튀기거나 삶는 요리에 익숙한데 이 책에 소개된 치킨요리는 전형적 서양요리랄까, 거의 굽거나 튀긴다. 또한 문질러 바른다라는 표현이 가장 자주 등장할 정도로 치킨 살에 소금, 후추, 버터 등을 밑간해 이용하는 편이라서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다. 하지만 꼭 요리로 만드는 것만이 레시피의 쓸모는 아니다.

 

 

이 책은 그 발상에서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책인 것 같다. 이 기발한 생각을 해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난 정말 치킨이 좋아.”

나도 사랑해요, 요리사님. 언제나요.”

때로는 여자도 치킨처럼 대접 받기를 원하는 법이다.

 

 

()

만약 리뷰를 쓴다면,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 하나를 도전해서 그걸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많아서, 오븐이 고장나서, 재료를 사기가 힘들어서 등등의 이유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대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닭가슴살 간장조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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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의 시 - 2014-2015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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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참신, 디자인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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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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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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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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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현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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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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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제 곁과 옆의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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