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스페인 Hola! Spain - 한 발짝, 그만큼 더 다가서는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법
예다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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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 막연하게 로망으로 삼고는 있지만 10년 안에는 갈 수 있을까 싶은 곳 스페인. 그곳에 하던 일을 훌훌 정리하고 떠나 보고 겪은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낸 이 사람. 책을 펼치기 전에는 우선 시샘이 앞섰다. 그녀라고 그간의 결정과 뒤를 따르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그저 이상으로만 삼고 있는 과정들을 척척해낸 그녀가 (게다가 미인!) 마냥 부럽기만 했다. 

02 그러나 곧 그런 결심은 책의 첫장도 아닌 책날개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담백 깔끔한 저자 소개, 그녀의 취향이 나와 꼭 같아서 호감을 느낀 것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구절은 두번째 문장, "5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단, 맥주를 주문할 때만." 아 어쩜 이렇게 정감 가는 사람일 수가. 그래서 나는 또 단박에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아아, 나란 여자...!
  


03 주변의 친구들을 많이 떠올리게 한 책이었다. 나야 어찌어찌 운이 좋아서 하고 싶었던 분야의 희망했던 회사에 들어와 아직까지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학을 다니고 가열차게 취업 준비를 해서 들어간 직장은 멘붕의 연속이고 사회 초년생을 막 벗어나 서른이 목전인 친구들은 요즘 이런 책을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기 그지없겠구나 싶었다.

04 파울로 코엘료 작가가 『알레프』에서 이런 말을 썼다고 한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이제 서른을 목전에 두었고 사회 초년생을 갓 벗어나 회사 내에서도 커리어가 조금씩 쌓여갈 무렵이었던 중대한 시기. 『올라! 스페인』의 저자 예다은도 분명 이와 같은 결정을 하기엔 감히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는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공항에서 펑펑 울었단다. 그리고 나는 그게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05 우리는 언제나 한 발자국의 용기가 부족해 많은 소망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녀도 퇴사와 여행을 결심하기까지의 시간이나 그걸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흔들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잘 모른 채 여전히 용기 앞에서 흔들리고만 있는 다른 이들은 그 결심을 조금 질투하거나 폄훼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책에 대한 정보만 알고 조금 뾰족한 마음으로 내려다봤던 나처럼. 하지만 책을 펼쳐서 보면 곧 그 마음이 누그러질 것이다. 프롤로그만 읽어 보아도 그녀 또한 우리와 같은 존재였다는 걸 금방 알게 될 테니까.  
 

 


06 산티아고에는 어깨를 짓누르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많다. 삶에 그다지도 득이 될 것 없는 일에 인생의 한 시절을 묵묵히 바치는 사람들을 보며, 삶이란 결국 각자가 옳다고 믿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한 시절에 샛길을 헤매고 있는 나에게 그들의 뒷모습은 묵언의 위로가 되어준다. (274쪽) 

07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우연히 저자가 내 오랜 친구의 대학 동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또 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꼈던 것이 그 때문일까 하고 얼척없게 끼워 맞추기까지 했다.  

08 책에는 그녀의 경험, 보고 들은 것, 여행자들을 위한 알짜 정보가 요긴하게 잘 섞여있다. 책에서는 이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에게 우선 “짐을 줄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여행기가 담긴 이 책은 400쪽에 가까운 분량에 사진도 글도 참 많이 실려 있어 꽤나 두툼하다. 나는 이런 면들에서 또 소소하게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곤 했다. 꽤나 당차고 또래보다 좀 더 앞서나간 모습인 듯하면서도 영락없이 딱 내 또래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드러내는 면면. 덕분에 나 또한 언젠가 지금 머무는 곳에서 짧지만 긴 휴식을 얻게 되었을 때 그녀의 책을 들고 스페인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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