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Jeju 섬데이 제주 Vol.1 - 제주에서 카페하기 Someday Jeju 섬데이 제주 1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1 함께 떠나는 제주 여행에 대한 바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올해 2월에 다녀오려던 계획이 불발되고 아무래도 가까운 날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만 주변에서 제주 이야기가 들리고, 보였다. 자주 접하니 자꾸만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서른이 되기 전, 그와 제주에 3박 4일 정도 다녀오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오늘은 딱 그 마음을 담은 제목의 책을 밤독서 친구로 삼았다. 북노마드 편집부에서 펴낸 제주 여행 무크지 『섬데이 제주』

 
02 여행 무크지라고는 하는데, 기존에 많이 나왔던 다른 '여행 관련 책'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에세이도 아니고, 사진집도 아니고, 실용서는 더더욱 아닌 책. 그러나 에세이이기도 하면서, 사진집이기도 하고, 또한 실용서도 되는 책이었다. 이번 1호는 "제주에서 카페를 하는 사람들과 그 카페에 대한 이야기"이다.

03 삼 년 전, 부모님과 함께 난생처음 제주 땅을 밟았다. 내 여행은 아니었고 부모님 두 분의 보조, 길잡이, 인간형 맛집 탐색기, 짐꾼, 찍사.. 등등 뭐 그런 역할이라 사실 흥도 별로 안 났다. 게다가 감기 기운까지 겹쳐서 천연 치료제라며 약 대신 줄창 귤과 술만 먹었던 기억만 남은 여행. 하지만 그런 중에도 속속 눈에 들어오던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그 풍경들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04 그날 이후 제주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제주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막연히 일상에 지칠 때면 '제주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있다. 원래 그곳에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니라, 나처럼 지하철로,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텁텁한 공기에 몸살을 앓던 그들이 30여 년 보냈던 공간에 그 시간을 훌쩍 내버리고 제주로 가서 카페를 연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05 '바다는 안 보여요'의 두 주인장은 동업을 하고 있다. (중략) 이들은 종달리에 집을 구하고 나서 강아지 '쫑'과 고양이 '달리'를 키우기 시작했다(합쳐서 쫑달리). 며칠 전에는 늘 몸이 근질근질한 쫑이를 위해 '쫑이 산책 음료'를 만들었다. 쫑이를 데리고 바다까지 산책을 시켜주는 손님에게 음료를 무료로 주는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주인과 손님과 쫑이가 모두 행복해졌다. 문득, 기르는 개들을 위해 제주도 정착을 결정했다고 말하던 이민자가 생각났다. 그녀는 피부병을 앓던 개가 아주 건강해졌다고 웃었다. 제주도에 오니 행복한 개들을 많이 본다. (76쪽)

06 육지에서 살다가 모든 것을 접고 제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을 '제주 이민자'라고 부른다. 특별자치도지만 그곳도 분명 대한민국인데, 우리는 그들을 이민자라고 부른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그렇게 지칭한다. 아마도 그들이 반생 가까운 삶을 정리하고 훌쩍 떠나는 곳에서 바라는 삶은 '바다는 안 보여요'의 두 주인장이 행하는 그런 모습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팔자 좋은 삶"이란 가볍고도 무례한 표현으로 비하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육지와는 다른 형태의 고단한 노력과 고민이 담겨 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제주에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07 책에 담긴 저마다 다른 카페의 이야기, 그곳을 취재하러 떠난 편집부의 감상들, 그리고 제주와 관련한 또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으며 나는 이민자가 아닌 여행자로만 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이따금 찾아올 만남을 기대하고 설레하며 그날을 위해 육지에서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여행자. 


08 책을 덮고 그에게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내가 서른이 되는 내년 연말에 함께 제주에 가고 싶다고. 가서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책에서 접한 보말칼국수, 회국수, 근고기, 오메기빙수, 천혜향 쥬스 등 내 눈을 사로잡고 입맛을 다시게 한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그는 그러자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올해 2월에 잡았던 계획보다도 실현 가능성은 더 제로에 가까운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꼭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그러니 나는 2015년 12월의 제주 여행자가 되기 위해 그때까지의 오늘을 좀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 제주에서 카페를 열고, 귤을 따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그들의 마음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